[임사라의 KISS A BOOK] 멋진 친구가 옆에 있길 원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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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카렐 차페크는 “우정만큼 아름다운 인간의 감정은 없다”고 했다. 우정은 애정만큼 변덕스럽지도, 혈연만큼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늘 푸르고 굳건하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도, 문득 찾아가 보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과 바다를 하루아침에 인공으로 조성해 낼 수 없듯, 우정도 그렇다. 오랜 시간이 녹아 들고, 긴 사연이 쌓여 비로소 하나의 역사가 된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발자취가 보이고,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왕자가 잘못을 저질러도 매질을 할 수 없던 시절, 그 왕자를 대신해서 매를 맞는 아이와 왕자는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의 분신을 만난 듯한 편안한 동질감과 내 안에 없는 상반된 매력의 이질감. 그 두 가지의 절묘한 조화가 우정을 꽃피워 내는 거라면, 시드 플라이슈만의 『왕자와 매 맞는 아이』(아이세움)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정으로 맺어질 수 없는 관계다.

 안하무인으로 매사에 우둔한 왕자와 삶의 바닥에서 배운 지혜로 눈 반짝거리는 태동! 둘은 어떻게 각별한 친구가 된 것일까. 우정을 생각해 보기 이전에 인권을, 인권을 생각하기 이전에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특별한 동화다.

 수전 패트런의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와이즈아이)는 다른 차원의 우정 이야기를 다룬다. 여러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사연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결국 책장을 덮고 나면 열한 살 소녀 럭키가 자기 자신과 친밀한 친구가 돼 가는 자아 탐험의 과정에 동행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졸지에 고아 아닌 고아가 돼 버린 럭키. 비상시에 필요한 물건을 넣은 생존배낭을 메고 다니며, 내면의 강력한 힘을 찾아내 답답하고 불안정한 현실을 바꾸어 보려고 발버둥쳐 보지만 현실은 움쩍도 하지 않는다. 럭키가 간절히 원했던 환경의 변화는 가까스로 모래폭풍을 뚫고 나와 자신을 향해 진정한 비주(왕뽀뽀)를 보내게 되고서야 비로소 자기 몫이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린 럭키처럼, 자기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기 위해 이토록 많은 관계를 형성해 가는 건 아닐는지.

 헬메 하이네의 『친구가 필요하니?』(중앙출판사)의 외톨이 까마귀 리하르트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힘센 존재가 된다는 목표에 대해, 그리고 우정의 기본 요소가 되는 융화와 공감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대상 연령은 『친구가 필요하니?』는 5세 이상, 다른 두 권은 11세 이상의 어린이와 아이의 지란지교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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