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대변혁현장>三星綜化 大山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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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16일 오후 4시50분쯤 충남 서산군 대산면 삼성종합화학 본관 2층 기술실.
팀장인 朴一宰부장은 형광등의 순간적인 깜박거림에 소스라쳐 놀라 일어선다.창가로 달려가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자 예상대로 나프타 분해공장(NCC)의 1백50M높이로 솟아오른 플레어스택(主굴뚝)에서 검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다.
곧이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불자동차가 출동하고 남아있는 기술자들을 각 공장으로 보내는 朴부장의 긴급지시가 연이어 떨어졌다.모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韓電의 예고없는 순간정전으로 인한 공장의 가동중지 사고다.화학공장은 원료 제조과정의 흐름이 끊어질 수 없는 작업특성상주공장의 가동중단은 모든 작업의 중단을 의미한다.
게다가 중간제조과정의 원료는 작업이 중단되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태워 공중으로 날려보내야 한다.화학공장마다 높이 솟아오른 굴뚝으로 화염이 솟아오르면 그것은 바로 공장의 가동중단을의미한다.중간원료가 아니라 돈을 태워 날리는 셈 이다.
한전의 갑작스런 정전으로 이날 이 회사가 입은 피해는 6억5천만원.저밀도 폴리에틸렌 등 7개의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그러나 이회사는 천재지변과 유사한 이같은 불시정전에도 석유화학공장의 가장 핵심인 나프타 분해공장(NCC)과 동력지 원공장은 가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올들어 이 회사가 全사적으로 펼치는「비상가동정지 제로化」운동의 뚜렷한 성과다.NCC공장까지 가동중단됐다면 피해액은 최소 12억원을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또 主공장의 가동중단을 막아 올초 시작한 연속가동기록을 이날로 1백36일째 유지했다.
이회사는 불시정전에 대비해 2개의 자가발전설비를 갖췄다.그러나 정전으로 인한 충격으로 대부분의 경우 자가발전기도 가동이 중단되곤 했다.
대부분의 기존 화학공장들은 지금까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그러나 이 회사는 발전기에 걸리는 부하를 자동으로 제거하는「로드 쉐딩 시스템」을 개발해 발전기의 동시가동중단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인접한 현대종합화학은 이날 똑같은 상황에 처해 발전기 가동에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 회사의 사전대비노력을 돋보이게했다. 삼성은 공장이 불시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해 올들어 기술지원실을 중심으로 고질적인 가동중단 부문의 사고원인을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6~7개 구성했다.분기별 워크숍을 열어 잠재사고의 요인을 발굴하며 불시고장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소모성부품의 교체시기등을 전산입력해 놓았다.
기계의 이상부위를 알아낼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와 전기기계의진동분석기 등을 도입해 사전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장비를 갖췄다.특히 대형 컴프레서.압출기 등 주요장비는 A급 점검대상으로 분류해 매일 1회 이상 점검하는 등 점검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작업자들에 대한 정신교육도 대폭 강화했다.4교대인 작업현장에서 작업자들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그날 작업의 위험 포인트를커다란 구호와 함께 확인점검한다.매달 부서별로 가상상황을 설정한 비상응급훈련도 벌인다.
이 회사가 지난해 3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일본시장을 개척하는등의 성과도 이같은 노력의 구체적 결실이다.
張永男부사장은『1분기 평가에서 회사가 목표로 삼은 미쓰비시나미쓰이 등의 세계적 화학회사와 원단위 생산성및 에너지 효율 비교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이거나 조금 앞선 것으로 자체분석됐다』면서『여러가지 면에서 사원들의 사기가 올라있다』 고 설명한다.
〈大山=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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