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경질」 경제부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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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또 타부처 기용…” 섭섭함 노출/농림수산부/승진사례 많아 인사적체 해소 기대/재무부/“차기예산실장 누가될까” 관심집중/기획원
과천 경제부처가 모처럼 차관급인사로 주초부터 술렁였다.
문책과 인사적체 해소라는 「양 날」이 작동한 이번 인사가 공무원의 사기진작에는 「2계급 특진」이라는 약속보다 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잡음없는 탓 자평”
한편 이번 「인사바람」이 유일하게 비켜간 건설부는 타부처의 술렁임을 바라보며 그간 별 잡음없이 일사불란하게 꾸려온 건설행정의 결과라고 자평.
○…김태수차관의 「불명예 퇴진」이후 그래도 「혹시나」하며 내부승진을 기대했던 농림수산부는 경제기획원 출신 이석채차관 임명 소식에 실망감을 보이면서도 예산실장 출신인 이 차관의 실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간부는 『농정에 문제가 많다지만 장관에 이어 차관까지 외부인사를 보내는 것은 다소 심했다』며 『그러나 구조개선 사업비 42조원에 농특세 12조원까지 합쳐 농정분야에 투입될 예산이 워낙 방대한 만큼 어차피 내부승진이 안될 바에는 예산실장 출신 이 차관의 기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고 전언.
○업무추진력에 기대
○…차관후보로 거론되던 숱한 고시 선배를 젖히고 공진청장 임명 3개월만에 박운서차관이 금의환향하자 상공자원부는 술렁거리는 분위기속에서도 신임 박 차관의 업무 추진력과 통솔력에 대해 기대를 거는 표정.
또 박삼규 제2차관보가 공진청장으로 나가고 이동훈 전 차관도 다른 차관과 동시 퇴진으로 큰 무리없이 물러나게 된 것도 환영하는 분위기.
김철수 상공장관은 21일 한·일 멕시코 통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자 24일까지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에 참가하려던 이 전 차관의 출국을 만류해 차관 인사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상공자원부 직원들은 그러나 박 신임차관이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나가면서 1급 승진이 동기들에 비해 훨씬 빨랐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인사에 따른 간부급 후속인사는 공석이 된 제2차관보의 보임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하기관 영향 예측
○…재무부 차관으로 금의환향한 김용진 관세청장이나 1급(재무부 차관보)에서 차관급으로 승진한 이환균 신임 관세청장이 다 「발탁」케이스인데다 물러난 백원구차관도 곧 비중있는 산하기관장을 맞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재무부는 이번 인사가 산하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
재무부는 더구나 최근 심한 인사적체속에 과장급 인사도 최종 결정을 못하고 있던 터라 이번 인사로 체증이 다소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 이번 인사의 배경에 대해 김 신임차관은 올 가을 대대적인 세제개편이 예정돼 있는데 따른 세제분야 보강차원,이 신임 관세청장은 경제부처내 최고참 1급으로 금융실명제 실시단장을 맡아 실명제 정착에 공을 세운 점이 돋보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
○당사자 심적부담감
○…지난 2월 조직개편으로 1급 자리가 두자리나 비어있던 경제기획원은 이번에 이석채 예산실장이 농림수산부차관으로 나가자 그나마 인사숨통을 텄다며 다행스러워하는 표정들.
그러나 당사자인 이 차관은 농안법 개정,UR비준 등 현안이 쌓여 있는 농림수산부로 가게돼 심적부담이 크다는 반응.
어쨌든 이후의 관심사항은 자연히 차기 예산실장에 쏠리고 있는데 기획원내 고참 1급과 청와대의 모비서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경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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