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통일위 이 부총리 「DJ관련 논평」 따져(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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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압있었나” 집중추궁/민주,DJ 인터뷰 원문제시… 사과요구
23일 오전부터 열린 국회 외무통일위는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의 발언파문과 이에 대한 이홍구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의 반박논평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민주당이 뜨겁게 맞붙었다.
이날의 관심사는 민주당의 이 부총리에 대한 공격수위였다. 이 부총리는 6공 통일원장관을 맡고 있던 시절부터 김 이사장과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92년 대선당시 김 이사장의 섀도 캐비닛(당선에 대비한 내각·일면 그림자내각)의 명단속에는 이 부총리가 항상 포함돼 있었으며 김 이사장의 평소 발언에서도 그를 배려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김 이사장의 측근들은 모두 알고 있다.
4월말 상무대 국정조사 관계로 여야관계가 악화되고 이회창총리 사임이 파문을 일으키는 와중에 취임한 이 부총리에 대해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지 않았던 것도 김 이사장과 이 부총리의 관계를 고려한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총리의 DJ 발언에 대한 반박논평이 나왔을 때 민주당측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상당히 당황했고 섭섭함도 그만큼 더 커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 앞서 가진 외무통일위 소속의원들의 대책회의에서 김 이사장의 오랜 측근이자 아·태재단의 행정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남궁진의원을 대표주자로 내세워 이 부총리의 발언배경과 「외압설」여부를 집중 추궁키로 했다.
남궁 의원은 『이 부총리의 발언과 언론보도는 사실을 왜곡하고 김 이사장을 흠집내려는 「신판 용공음해」』라고 주장하고 김 이사장의 미국에서의 발언내용과 워싱턴 타임스지와의 인터뷰 원문을 제시하면서 이 부총리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본의와는 다른 논평을 낸게 아니냐』는 「외압사주설」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부영·조순승의원 등은 『이 부총리는 김 이사장의 발언이 별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청와대 등에서 계속 전화로 반박하라고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 부총리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자당 의원들은 『통일논의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대북관계 창구는 정부로 일원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 이사장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민자당 의원들은 『외국에 나가 김일성의 방미초청 및 북한 핵보유를 허용하는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에 혼선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부총리가 DJ 발언을 비판한데 대해 『정부책임자로서 적절한 지적』이라고 옹호했다.
민자당에서는 이세기 정책위 의장이 오후의 청와대 모임에도 빠진채 『혼선을 겪고 있는 통일논의를 바로잡기 위해 외무통일위 회의에 참석한다』고 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북한 핵문제와 벌목공 문제 등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는듯한 인상이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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