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혹 못풀고 끝내기 채비/농안법수사 중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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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금추적 동의 못얻어 한계 드러난셈/준비없이 착수… 검찰 전문화 숙제 남겨
검찰이 19일 오후 도매법인 대표 4명을 구속수감함으로써 농안법 개정과정 및 농수산물 유통비리에 대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구속된 이들 도매법인 대표에 대한 보강 수사와 경리장부·통장 등 추적을 통해 정치권·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하나 도매법인 대표들이 자신들의 은행계좌 등에 대한 자금 추적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어느정도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초기 『검찰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상무대 비리사건이나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 등 다른 사건에 비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이 정도에 특수부검사 전원이 동원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을 갖게 한다. 그래서 검찰권 행사가 너무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중매인들의 파업이후 농수산물 유통비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청와대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자 별다른 준비 없이 수사에 착수,『너무 의욕만 앞섰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실제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중매인·도매법인·매매참가인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없었는데다 복잡한 유통과정에 대한 용어정리조차 안된 상태였다.
게다가 이들 법인들로부터 입수한 장부는 여러차례 검·경의 수사를 경험한 탓인지 이미 깨끗하게 정리된 뒤여서 특수부 검사들이 전원 달라붙어 관련서류를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단서를 잡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실명제에 따른 예금자 비밀보장 규정이 통과되는 등 자금추적이 더욱 어려워져 일부 수사검사들은 『예전처럼 심증만 갖고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기가 힘들어지는 등 수사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사회현상을 정확히 판단,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해선 검찰의 전문화가 시급하며 이는 검찰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수사가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아니어서 지켜볼 일이긴 하나 검찰이 당초 의지대로 성과를 보여주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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