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산책>무릎맞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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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말다툼이나 판가름 등을 할 경우 두 사람의 말이 어긋날 때 제 3자 앞에서 맞대어놓고 전에 한 말을 되풀이시켜 따지는 일. 인간사는 왜 이리도 복잡한지.신문 사회면은 언제나 사건으로뒤덮여 있다.그리고 이러한 사건은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도 말이달라 더욱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최근의 동화사 80억원 시주 사건이 그러하고,무자격 한약업사 구제 사건이 그 러하다.
이런 경우 부득이 쌍방을 대면시켜 질문하게 마련이다.이것을 한자어로는「대질(對質),면질(面質)」이라 한다.
「대질.면질」에 해당하는 고유어가「무릎맞춤」이다.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무릎맞춤」이란 말을 들었을 때 구조가「입맞춤」과 비슷해 야한 장면을 떠올리거나,마주보고 앉아 상대방의 사타구니에 한 다리씩 섞바꾸어 넣고 하는 놀이를 생각할지 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조계종 사건때 양심선언을 한 주지와 한 승려의 대질은 잘 알려진 사건이다.이것이 바로 무릎맞춤이다.이 무릎맞춤은 염상섭의『삼대』에도 다음과 같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서 조사를 당하든지 또는 무릎맞춤을 할 경우는 자네가 천원을 취해 주었다고만 대답해 주게.』 무릎맞춤이란이렇게 쓰이는 말이다.한자말만 쓸 것이 아니라 고유어도 살려 쓰도록 해야겠다.
朴甲洙〈서울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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