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검정고시 합격 화제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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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식당종업원 오빠·봉제공 여동생 대입검정 나란히 합격/60세 교수어머니 최고령 대입합격/댕기머리 한학도 이번엔 고입수석
지난해 중학입학 검정고시에서 차석합격한 「댕기머리 총각」 한재훈씨(23)가 올 고입검정고시에서 수석을 차지하고,국·중교를 중퇴한 채 식당종업원 등으로 꿋꿋히 살아온 김종렬(22)·상미(18·여) 남매가 대입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했다.
16일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94학년도 고입자격(고검) 및 고졸학력(대검) 검정고시 합격자 5천5백62명중에는 대검 수석을 차지한 김형신씨(20)와 최연소 합격을 차지한 고검의 정은지양(14) 등 화제의 주인공들이 많았다.
○…고검 수석을 차지한 한씨는 지리산 청학동에 본거를 둔 「경정유도」 신도로 7세때 본가인 서울을 떠나 구례·남원 등지의 서당에서 공부해온 한학도.
모시적삼에 고무신·댕기머리를 고집하는 독특한 외모와 복장때문에 「청학동」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씨는 이날 『한학에 신학문을 접목시키고자 검정시험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대학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대검에 나란히 합격한 남매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가하는 바람에 오빠가 가장 노릇을 맡아온 가정.
오빠 김군은 『식당종업원을 하면서도 봉제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생들을 학원에서 만나 함께 공부한다는 기쁨이 있었기에 힘든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군은 『열심히 적금을 붓고 대입준비를 해 꼭 수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면서 『동생들도 대학진학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남매중 둘째 미례양(19)은 함께 응시했다가 아깝게 떨어졌는데 『다음번엔 꼭 합격하겠다』고 다짐하며 오빠와 여동생의 합격을 축하했다.
○…맏아들을 대학교수로,둘째아들은 광고회사 대리로,딸은 피아노 교사로 키워 낸 뒤 89년 검정고시학원에 등록,이날 대검 최고령 합격의 영광을 차지한 양금직할머니(60)는 『기억력은 괜찮은 편인데 체력이 달려 안타깝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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