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허리띠 더 조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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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진해운은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싱가포르에 정박하는 회사 선박에 “가급적 두 항구에 도착할 때쯤에 연료가 바닥이 나도록 운항해 두 항구에서 연료를 가득 채우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름값이 비교적 싼 두 곳에서 되도록 연료통을 많이 채우려는 고육지책이다. “기름 t당 40달러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도 평소 비행기에 싣고 다니던 예비용 타이어 등 정비부품을 각 공항의 정비소에 비치케 해 비행기 무게 다이어트에 나섰다.

 국제 유가가 다시금 치솟자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도입 단가는 배럴당 71.13달러로 전달보다 1.64달러 오르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었다. 월평균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주 배럴당 73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절감 묘책 만발=연료비가 매출원가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업계는 특히 원유가에 가장 민감하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 300억원, 아시아나는 연 140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항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연료 절감 묘책을 짜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연료유를 인터넷 경매에서 구매하는 ‘인터넷 역경매 시스템’을 구축해 더 싼 값에 연료를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SK에너지·GS칼텍스 등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얼마나 전가할지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나 경차의 보급량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다시 고개 드는 유류세 논란=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의 58% 정도는 세금이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일본(41%)·호주(38%)·캐나다(31%)·미국(14%) 등에 비해 세금 비중이 높다.
 유류세를 줄이면 세수만 크게 주는 대신 기름값 인하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세수 전망치가 지난해 실적보다 20조원 이상 증가한 150조4000억원으로 여유가 있다. 그래서 유류세를 내려 고유가에 따른 경제 충격을 덜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병주·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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