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타이어 무늬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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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경주용 차는 대부분 무늬 없는 타이어를 쓰지만 포뮬러원(F1) 타이어엔 4개의 줄무늬가 들어간다. 선수의 안전을 고려해 속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세로줄 무늬와 가로줄 무늬를 섞은 리브·러그패턴(왼쪽)을 비롯해 타이어 무늬는 대부분 좌우 대칭이다. 하지만 최근엔 안쪽과 바깥쪽의 무늬를 다르게 해 승차감과 코너링을 살린 비대칭 패턴(오른쪽)이 고급타이어에 많이 쓰인다. [금호타이어 제공]

 자동차 타이어 하나가 지면과 맞닿는 면적은 엽서 한 장 크기다. 엽서 4장 정도의 타이어 면적이 1000㎏이 넘는 자동차 한 대를 떠받치는 셈이다. 이 외에도 달리고 멈추고 회전하는 자동차의 모든 움직임에 타이어가 쓰인다. 따라서 승차감·제동력·구동력·코너링부터 정숙성과 연비까지, 차의 성능은 타이어와 직결된다. 타이어 기술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이어에 숨어 있는 과학과 기술의 세계를 알아봤다.

 ◆바퀴 자국의 과학=타이어 기술의 정점은 시속 300㎞ 이상으로 질주하는 경주용 차량의 타이어다. 경주용 차엔 보통 무늬 없는 슬릭 타이어가 쓰인다. 땅에 닿는 면적을 넓혀 코너링 때 착 달라 붙고 공기 저항을 줄이려는 것이다. 최근 포뮬러원(F1)은 안전을 고려해 4개의 줄무늬를 넣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퍼GT 등 다른 대회에서는 여전히 민짜 타이어가 쓰인다. 슬릭 타이어를 일반 차에 쓰면 성능은 좋겠지만 문제는 돈이다. 타이어가 부드러워 너무 빨리 마모되기 때문이다. 일반 타이어는 재질을 더 딱딱하게 하는 대신에 여러 무늬로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다.

 ‘트레드 패턴’이라 불리는 무늬는 사람의 지문과 같다. 패턴을 보면 타이어의 성능이 보인다. 리브 패턴(세로줄)이 많은 타이어는 코너링과 승차감이 우수하고 소음이 적기 때문에 승용차에 적합하다. 러그 패턴(가로줄)은 구동력과 제동력이 뛰어나지만 주행 소음이 커서 트럭이나 버스의 뒷바퀴에 사용된다. 이 둘을 섞은 리브·러그 패턴 타이어는 조종 안정성과 제동력을 모두 갖춰 고속버스에 쓰인다. 스노 타이어나 건설용 차량에는 4각·6각 모양의 블록 패턴이 쓰인다. V자형 패턴은 코너링·핸들링이 좋아서 스포츠카와 궁합이 맞는다.

 최근엔 각 타이어 업체가 앞다퉈 ‘비대칭 패턴’ 타이어를 선보인다. 바깥쪽은 접지면을 최대로 해 코너링이 좋고, 안쪽은 배수성과 승차감을 살린 고급 타이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안쪽과 바깥쪽 모양이 서로 다른 사람의 발바닥 모양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라며 “자동차의 고급화·고성능화 추세에 맞춰 비대칭 패턴의 프리미엄 타이어가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패턴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에 디자인에서도 이런 부분이 섬세하게 고려된다. 히무로 야스오 브리지스톤 디자인팀장은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 소음이 크기 때문에 패턴의 크기와 간격을 불규칙하게 배열해 소음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런플랫·저연비 기술=최근 출시되는 일부 고급 수입차는 펑크(플랫)가 나도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Run Flat) 타이어를 기본으로 장착한다. 이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시속 80~90㎞ 속도로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타이어를 혼자 갈아 끼우기 힘든 장애우를 배려해 개발됐지만 최근엔 안전을 중시하는 운전자도 많이 쓴다. 타이어 안에 링을 감아 공기가 빠져도 링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서포트링’ 타입과 타이어 옆면 고무를 두껍게 하는 ‘사이드월 강화’ 타입으로 나뉜다. 교타 후타미 브리지스톤 아시아담당 본부장은 “런플랫 타이어는 래디얼 타이어(내부에 철실을 감아 넣은 타이어)의 뒤를 잇는 혁신 기술”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저연비 타이어 개발도 업체들이 주력하는 분야다. 타이어의 무게를 줄이고 공기·노면과 닿을 때 생기는 회전저항을 줄여 연료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업체들은 저온에서 탄성을 유지하는 ‘실리카’ 성분을 첨가해 회전저항을 낮춘 타이어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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