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유통구조해부>5.프랑스-도매상 30%가 생산자

12일(현지시간)오전2시 프랑스 파리근교에 위치한 랭지스 농수산물 도매시장.
2백32㏊에 달하는 유럽 최대규모의 도매시장에는 프랑스 국내는 물론 인근 국가에서 몰려든 중소 소매상들이 도매상을 직접 상대하며 흥정이 한창이다.
5백12개 점포가 밀집돼 있는 야채.과일시장에서 소매상들은「하한가 38프랑,상한가 42프랑,적정가 40프랑」으로 이날 공시된 네덜란드産 오이 12개들이 5백g짜리 한 꾸러미를 놓고 한푼을 더 깎으려고 안간힘들이다(1프랑은 약1백45 원).
이런 과정을 거쳐 이날 아침 파리시내 슈퍼마켓과 소매상에 진열된 평균 도매가 3.3프랑짜리 오이 하나의 가격은 대략 5~6프랑정도.
언뜻 상당한 마진이 붙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이들 도매상중30%정도는 생산자로서 직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지→운반상→도매상→소비자로 단순화된 유통구조 덕택에 현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품목들도 랭지스시장에서 비슷한 유통과정을 거친다.어류.육류.과일.야채.낙농제품.원예분야에도 1천7백개 개인과 기업이 도매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중 5백40개가 생산과 판매를 겸업하고 있다.
이중 절반가량은 순수 도매상으로 산지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또는 협동조합을 통한 간접구입에 나선다.따라서 생산-판매의 일괄 유통망을 갖춘 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랭지스 시장은 이같은 재래시장 기능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해 그날의 시세를 본뒤 전화로 주문하는 소매상들에 바로 농수산물을 출고하는 간접 판매방식도 채택하고 있다.
소매상의 전화주문은 창고에서 도매업을 하는 도매상에 연결돼 필요한 물품들이 포장상태로 인도된다.
시장안에는 경매라는 절차가 없다.경매는 도매시장에 반입되기 이전에 산지등에서 이루어지며 이것도 전산화된 단말기를 통해 성사되는 것이 보통이다.
품목별로 구성된 전문 중매인들은 전화주문의 간접판매방식에서 대리인의 자격으로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순수한 의미로서「복덕방」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챙기는데 한정하고 있다.도매인과 소매인의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고있는 도매시장은 경매인 이나 중매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원칙적으로 물품을 시장안으로 반입,거래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매일 2만여 소매상이 연간 6백억프랑(약8조7천억원)에 달하는 2백50만t의 농수산물을 사 파리 인근에 사는 1천2백만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인 5명중 한 명꼴이 랭지스에서 거래된 식품을 식탁에 올려놓는 셈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전국 23개 대도시 근교에 랭지스와 같은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을 설치,5만여 도매상들을 모아놓고 도.소매업이 공정한 질서속에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62년 도매시장법을 제정,도매시장의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농수산도매시장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자나 생산자협동조합을 제외하고는 도매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지역.품목별로 세분화 돼있는 협동조합이나 독립 생산 자는 중간상을 통해 도매시장 상권밖에 있는 지역이나 대량 소비처에 판매할수 있으나 시장질서를 교란할 정도의 영향력은 갖고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정부.도매상.소매상등으로 공동 구성된 가격조절위원회를 통해 품목별로 물동량과 質등을 고려해 상한가와 하한가및 권장가격이 담긴 물품시세를 매일 고시,급격한 등락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세표는 전국 가정에 보급돼있는 미니텔이란 전산망을 통해조회할 수 있도록 고안돼 생산자와 소비자가 최적의 조건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랭지스시장관리회사인 세마리스(SEMMARIS)공사의 조르지 고센겐 시장분석실장(48)은 『전산정보망의 보급으로 중간상인의매점매석이나 폭리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그래도 가격이 급등할 때는 도매상들이 직접 가격이 싼 외국에서 수 입량을 늘리면그만』이라고 설명한다.프랑스는 세계 제2의 농산물 수출국인 동시에 제2위의 수입국으로서,특히 국경이 사라진 유럽연합(EU)域內에서는 수입이 완전 개방된 상태다.따라서 시장경제에 의해 수요.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파리 =高大勳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