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신용 1 단계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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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 불안 때문에 필리핀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런 이유로 필리핀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필리핀의 외화표시 채권 신용등급을 기존의 'Ba1'에서 'Ba2'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Ba2는 투자적격 등급보다 두 단계 낮은 투자부적격 등급이다. 여기에다 무디스는 향후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Negative)'이라고 밝혔다. 신용등급을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필리핀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많은 금융비용을 치르게 됐다. 필리핀은 이달 중에 7억5천만달러의 해외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의 정부 부채는 1년 전보다 17% 증가한 3조3천6백만페소(6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필리핀의 금융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ADB는 26일 필리핀에 7억1천2백만달러의 차관을 주기로 하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필리핀이 막대한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금융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필리핀의 국가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S&P는 보고서에서 필리핀이 5월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에다 만성적 재정적자 문제가 겹쳐 신용등급 검토 대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가 신용도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구조개혁 실적에 달려 있다며, 필리핀.인도네시아.홍콩.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올해 선거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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