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미국 매파·비둘기파의 대북정책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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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핵 퍼즐
빅터 차·데이비드 강 지음,
김일영 옮김,
따뜻한 손, 320쪽,
1만5000원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어떤 이론적 근거 아래 만들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국제 악동’ ‘불량 국가’ 등의 수식어가 단골로 붙어다니는 북한을 미국이 다루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봉쇄정책과 관여정책이다. 채찍과 당근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둘 것인가로 갈린다.

냉전 시절엔 봉쇄가 우세했다. 북한을 ‘국제적 왕따’로 만들려는 고립화 정책은 냉전 해체 이후 힘을 잃는다. 북한에 협상의 문을 여는 관여정책으로 점차 변화해 왔다. 관여정책은 김대중 정부가 유행시킨 햇볕정책과 유사하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9·11 테러에 이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거치며 복잡하게 꼬인다. 관여정책이 다시 ‘무조건적 관여’와 ‘조건부적 관여’로 세분화되는 배경이다.

 미국에선 관여가 대세인 가운데 ‘무조건 관여 vs 조건부 관여’로 세분화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선 북한에 대한 시각이 아직도 ‘봉쇄 vs 관여(햇볕)’로 대별돼 논쟁을 벌이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 이래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동맹관계에 긴장감이 도는 배경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책의 공동 저자인 빅터 차(조지타운 대)·데이비드 강(다트머스 대) 교수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라는 점이 이 책의 무게를 더한다. 빅터 차는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나온 빅터 차의 견해는 부시 정부 2기의 대북정책을 대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 저자는 각각 미국 내 매파와 비둘기파를 대변하는 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빅터 차는 ‘매파적(조건부) 관여’에 가깝고, 데이비드 강은 ‘비둘기파적(무조건) 관여’를 대표해 서로 논쟁을 벌이는 식이다. 두 저자의 북한관은 차이가 난다. 데이비드 강은 북한이 핵개발을 한 주된 요인이 미국의 위협정책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빅터 차는 문제의 근원은 여전히 북한 체제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평양이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전세계로부터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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