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컴퓨터강좌 개설한 국문학교수 김흥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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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문학 교수가 컴퓨터 강좌를 열어 대학가에 화제.
고려대 국문학과 金興圭교수(46)가 올 봄학기부터 개설한 전산학 강좌는「개별언어연습」과목.
문과대 언어학과와 대학원생등 15명을 상대로 1주일에 4시간씩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파스칼語」를 가르친다.원래 이 과목은 전산학전공 교수가 맡아왔으나 언어학.전산학 지식을 함께 갖춘 교수가 강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대학 측의 판단에따라 金교수가 강의를 맡게됐다.
고대문학.문학비평을 전공,원래 순수「컴盲」이던 金교수가 컴퓨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82년.
『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졸라대 컴퓨터를 마련하긴 했지만 작동법도 모르는데다 컴퓨터를 배울만한 학원도 마땅치 않아 관련 서적들을 들춰보고 단말기에 매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친해지게 됐습니다.』 1년여만에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정도의 수준에 올라선 金교수는 83년 컴퓨터로 고대문헌목록을 정리하면서 기대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두었다.
길게는 몇달 이상 걸리던 작업이 불과 1주일 안팎으로 짧아졌을 뿐더러 정리된 자료를 곧바로 검색해 볼 수 있게 된 것.
金교수는 이러다보니 컴퓨터의「힘」을 빌려 우리문학 유산을 모두 전산처리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松江 정철 시조집 정리』등 주로 시조정보를 검색.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관련 연구자료들을 잇따라 펴냈다.특히 92년에는 문화부의 지원으로 직접「한솥」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문학사및 고대 문헌정리 분야에 새로운 길을 텄다.
『이젠 문과학생들이라도 컴퓨터를 모르고는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특히 그동안 막연히 感으로만 매달려왔던국문학 연구도 컴퓨터를 이용,자료를 연구.분석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자세로 바뀌어야 합니다.』 金교수는 현재 컴퓨터사전 편찬과 자동음성분석 작업을 추진중인 고려대 부설 언어정보연구원 연구실장도 겸하고 있다.
〈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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