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많이 타면 병 걸릴 위험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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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로움은 유전자에 나쁜 영향을 미쳐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 스티븐 콜 교수팀은 유전학 전문지 '지놈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외로움이 면역 체계와 조직 염증에 관련된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BBC 방송이 1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14명의 지원자 중 대인 접촉이 활발한 8명과 그렇지 않은 6명의 백혈구 유전자 분포를 분석했다. 대인 접촉이 거의 없는 사람들은 감염을 유발하는 백혈구 유전자가 과다한 반면, 인체에 침입한 해로운 세균을 죽이는 등 면역 항체와 관련된 유전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유전자가 정상보다 많으면 신체 조직을 손상시켜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면역 항체가 부족해도 병균의 침입에 잘 대처하지 못해 발병하기 쉽다.

콜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생명 유지에 기본적인 유전자 분포가 비정상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활동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과 얕은 관계를 맺는 것보다 한 두 사람이라도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로움으로 인한 유전자 변화를 밝힌 만큼 앞으로 외로움을 덜어주는 치료가 효과적인지를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외로움이 심장병 등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혔다. 최근 네덜란드 연구팀은 8000명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외로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으나 어떤 유전자가 영향을 받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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