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BC.TV 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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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선시대의 젊은 연인들도 입맞춤과 같은 애정 표현을 했을까.
그들은 어떤 어법으로 대화를 나누고 어떤 과정을 통해 연인이 됐을까. TV사극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이런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사극의 대부분이 궁중의 권력 투쟁사를 다루다 보니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묘사할 여백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사극내용은 정치밖에 없었다.최고 권력자인 왕과 신하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얘기가 안됐다.시청자들도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까맣게 모르고 지낼 궁중의 어법이나 풍습이 평민들의 그것보다 더 자연스럽다.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데 집착하다보니 역사책에 기록된 왕실 중심의 이야기 밖에 나올 수 없었을 법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사극 제작 방향이 변하고 있다.역사적사실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로 사극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MBC-TV『야망』과 지난해 방영됐던『일출봉』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궁중을 벗어나 여염집으로까지 무대를 넓혔다는 점과 등장 인물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출봉』은 성균관 유생과 중인 집안의 딸이「도둑연애」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키스신을 삽입,파란을 일으켰다.『야망』도 이휘향이 최수종을 짝사랑하는 감정을 노골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선정적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이 두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사람 냄새가 나게 연출된다.
골동품처럼 개인적 감정이 거세된 역사책속의 인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조선시대 젊은 남녀들은 실제로는 밖에서 키스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을 삽입한 이유를 제작진은『과거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정서에 맞는 방식으로 재해석해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
『야망』『일출봉』에 대해선「허구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사극이 아니라는 주장」과「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다는것은 단순히 소재가 史實이냐,아니냐의 차원을 넘어 얼마나 시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느냐는 것으로 평가돼야 한다」 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요즘 시청자들의 전반적인 사극 기피 경향에도 불구하고 『일출봉』에 이어 『야망』이 다시 시청률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인의 구미에 맞는 사극의 개발은 정통사극을 기피하는 시청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제작진의 애정어린 타협으로 보인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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