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빨리 더멀리 더높이-서기원.양재성 共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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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코미디언 이주일씨(본명 鄭周逸)에게벼락인기를 안겨준「이상한 걸음걸이」가 경보라는 육상경기를 흉내낸 것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10초 미만의 번개승부(1백m 달리기)를 위해 10년 苦行을 이겨낸 스프린터들의 애환,휙 내던지면 그만인 것같은 투척종목(창.원반.포환던지기등)에서 바둑보다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된다는 사실도 일반인들에겐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얼핏보면 단조로운,그러나 알고보면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육상 얘기들이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徐箕源 KBS방송위원(57)과 梁在聖육상연맹이사(59)가 합작으로 쓴『더빨리 더멀리 더높이』가 그것이다.
지난 10여년동안 올림픽.세계선수권등 각종 대회 육상경기를 중계하면서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으로 호흡을 맞춰온 저자들이「모든스포츠의 탯줄인 육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엮은『더빨리…』는 육상경기의 유래에서부터 변천과정,숨막히는 명승부전,트랙.필드에 남겨진 숱한 진기록들,명멸해간 스타들의 뒷얘기들을 알알이 담고 있다.
특히 黃永祚를 마라톤 영웅으로 등극시킨 92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스토리에선 黃이 슬쩍 앞서나가며 억지웃음을 띄우기도 하고 바싹 달라붙어 겁나게(?)고른 숨소리를 귓전에 들려주기도 하는등 경쟁자 모리시타(일본)의 진을 빼기 위해 펼친 고도의 심리전을 생생하게 그려내 마라톤이 단순한 오래달리기게임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또 단 1㎝도 양보하지 않는「야박한 승부」를펼쳤다가도 서로 등을 두드려주며 함께 라커 룸으로 향하는 숙명적 멀리뛰기 라이벌 칼 루이스와 마 크 파월(이상 미국)의 우정과 경쟁은 스포츠 세계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육상중계때마다 썰렁한 관중석을 바라보며 광적인 열기속에 치러지는 외국의 육상대회가 한없이 부러웠다』는 저자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한국 최고기록을 세우고도 세계기록과의 격차때문에 올림픽 무대에 서보지도 못한채 TV중계를 지켜봐야 했던 어느 선수의 恨이 한국 육상의 현주소를 상징한다』며 육상 발전을 위해선 선수.지도자들의 노력 못지않게 일반인들의 관심도 중요하다고강조한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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