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실>上.모래탑 사회구조 표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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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실아파트는 구멍뚫린 우리사회의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총체적 증명서」이다.
부실아파트 입주자들이 시공회사.관계당국을 쫓아다니며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하자보수에 사용되는 천문학적 재수리비용,아파트를 완공하고도 끊임없는 민원에 발목잡힌 건설회사등 경제적이고외형적인 자원낭비와 손실 역시 엄청나지만 더 큰 문제는 부실아파트가 만들어 내는 우리사회의 불신분위기라는 지적인 것이다.
서울도곡동 H아파트 주민 朴모씨(40)의 경우(2일 中央日報23面보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92년11월 입주와 함께 벽이 갈라지고 난방이 안되는등 부실을 발견한 朴씨는 하자보수를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관리 사무소에 달려가야 했다.그때마다 관리소측은『우리는 잘 모르니 현장 사무소를찾아가세요』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다.하는수 없이 철수를 않고 남아있는 현장사무소에 찾아가도 대답은 마찬가지.
『다른 집들도 비슷비슷하니 기다리세요』란 말에 일주일에 한번씩은 찾아가 하소연을 해야했다.
이번에는 본사를 찾아가『하자를 보수해달라』고 통사정을 해보지만『하자보수를 지시하겠다』는 대답뿐 누구하나 선뜻 나서서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끝에 회사측이 인심쓰듯 나와서 해주는 것이라야 내려앉아 삐걱대는 문짝에 대패질을 해주는 것이 고작이었고 고장난난방을 고치는데 1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보수가 끝나면 곧바로 또 발생하는 하자에 견디다 못해지난해 3월부터 관할 강남구청에 찾아간 것만도 무려 20여차례. 담당공무원들 역시『법적인 하자가 없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입니까』『일단 접수해 놓고 가서 기다리세요』라는 답변이고,「법적인 하자가 없다」 행정지도 하겠다는 회신 서류를 우송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한번 갈때마다 2시간여씩이 꼬박 걸리지만 하자없는 집을 갖기위해 朴씨의 항의와 진정은 입주후 지금까지 1년6개월간 계속되고 있다.
『우리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그동안 입었던 경제적.정신적.시간적 고통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겁니다.』朴씨의 말이다.분당 L아파트에 1억원을 주고 입주한 유모씨(36)는 부실공사를고치기 위해 5천만원을 더 써야 한다는 말에 기가 막힌다.
『일부 입주자들은 하자보수 공사를 기대하다간 시간만 버리고 고생만 할뿐이라며 자기돈을 들여 하자공사를 합니다.1억원짜리 아파트를 5천만원을 들여 보수를 해야 한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겁니까.』 정확한 통계수치가 나와있진 않지만 신도시 2백만입주민들이 개인적으로 하자보수 공사에 사용하고 있는 돈은 수천억원을 넘어 거의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당 아파트 주민 S씨(42)의 말이다.
『수백건이 넘는 민원들을 어떻게 다 처리하란 말이냐』는 구청측의 항변이 시민들에게 먹혀들리가 없다.
부실아파트가 우리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밖에도 이루 말할수가 없다.
부실공사↓진정↓하자보수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부실아파트,우리사회 그 중증의 고질병은 언제나 고쳐질까.
〈金東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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