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대 불씨」 되살아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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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 지치기 기다리는/여/여에 큰상처 주려는/야/여 협조안하면 조목조목 시비·폭로/민주/뜨거운 현안 안되도록 일단 식히기/민자
상무대 비리 국정조사의 사그라들고 있는 불씨가 되살아날 것인가. 민주당은 2일 이기택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김영삼대통령의 「10억원 수수설」을 들고나와 김 대통령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나섰지만 민자당쪽의 반응이 신통찮아 고심중이다.
○…문희상 대표비서실장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여러채널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이 청와대로 전달됐다』며 『현 정권이 파국으로 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을 공세의 한복판에 끌어들이면서도 극한 투쟁을 유보시킨 것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겠다는 의미와 함께 청와대측에 보낸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설명한다.
만일 현 정권이 상무대 국정조사에서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민주당의 체면조차 세워주지 않으려 한다면 앞으로는 김 대통령의 국가경영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족족 시비를 걸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와관련,다단계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단 이번주까지는 여당쪽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주말까지 여야 총무회담 등을 통해 교섭을 시도해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내주초께 야당만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참이다.
야권공조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국회가 공전되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속셈이다.
국회공전의 책임을 여당이 상무대 조사 증인·참고인 선정문제에서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여 정치공세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어 야 3당 대표 공동기자회견 등을 통해 끊임없는 폭로전과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상무대 이전공사비중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구나』라고 느끼도록 만들어 현 정부를 흠집내겠다는게 궁극적 노림수라 하겠다.
○…상무대 국정조사 재개에 대한 민자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지난번 임시국회의 연장선상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난 임시국회가 상무대 국정조사를 위해 소집됐었고 국정조사계획서 작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폐회된 만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임시국회 소집은 필요없다는 얘기다.
이한동총무는 3일 『이 문제는 법사위에 계류돼 있으므로 별도의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여야가 할 일은 법사위 국정조사계획서 작성소위를 언제 어떻게 재가동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꺼져가는 상무대 국정조사의 불씨를 되살려보려는 이 대표의 강공에 민자당은 「일일이 대꾸하기보다는 야당이 제풀에 꺾이기를 기다리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종필대표가 2일 월례조회에서 『민자당의 동반자는 민주당』이라고 유화제스처를 보인 것도 성미가 풀리지 않은 민주당을 슬슬 달래면서 냉각기를 가진 다음 상무대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무대 국정조사 재개를 위한 여야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이 문제를 뜨거운 현안으로 대두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는게 여권전체의 전략이다.
따라서 이번주중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여야협상은 증인문제에서 서로 기존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는 가운데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의 장내외 공세가 지속될 경우 UR 비준을 앞두고 있는 정부·여당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가닥 협상의 급진전을 점치게 한다.
이 총무가 『협상은 해봐야지,누가 예측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김두우·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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