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평>KIST도 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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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구기관장들이 쓰는 릴레이칼럼『科學世評』을 마련합니다.이 난은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제언이나 소감들을 주제로 20여개 연구소의 소(원)장들이 주 1회씩 번갈아 맡게됩니다. 〈편집자註〉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 10월이래 연구소 전반에 걸쳐 혁신조치를 취하여 새로운 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그 결과 매일 5백여명의 연구자들이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등 연구분위기가 크게 쇄신되고 있다.
그러나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KIST의 기능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자체 변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KIST의 새로운 목표는 창의적인 원천기술에 도전하여 21세기초에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나 독일의 막스프랑크 연구소에 버금가는 세계수준의 초일류연구소가 되는 것이다.이를 위해 KIST의 새로운 모형은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일본의 이화학연구소 모델이다.이 연구소는 정부산하의 특수법인체로 자체적으로 연구프로그램을 수립하여 기초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며,이에 필요한 연구비의 대부분은 정부에서 직접 일괄 지원하고 있다.KIST도 지금까지의 모방.개량연구 에서 탈피해기존의 연구과제는 과감히 전문연구소에 일임하고,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분야를 독자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비의 지원방식도 기존의 연구과제 중심에서 일괄계약형태로 변경되어야 한다.이렇게 함으로써 전문연구소와의 연구 중복을 피할 수 있고,또 진정한 의미의 연구소 특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 모델이다.이 연구소는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세계적 연구소로 2천4백명의 직원중 6백명이 박사학위 학생이며,이들은 연구소의 하부인력을 형성하고 있다.KIST도 현재 대학과 공동으로 산업계 연구원에게 학위 를 주는 學.硏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그러나 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KIST가 학생을 직접 선발하고,학위논문은 연구실에서 쓰며 코스워크는 대학의 협조를 받는 새로운 형태의 學.硏학생연구원 과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K IST의 대변신은 새로운 목표와 역할에 걸맞은 새로운 모델이 뿌리 내릴때 가능하다.
이는 KIST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사회가 제도적으로뒷받침할때 이루어질 수 있다.특히 새로운 모델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KIST를 특수법인화 하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이러한 외부의 지원과 내부의 혁신노력이 결합될때 KIST의 대변신은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으며,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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