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요즘 잠실은 집들이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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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재건축단지 주변 중개업소들엔 아파트 매물이 수두룩했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 중인 트리지움(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은 물론 공사가 한창인 잠실주공 1, 2단지 분양권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매물 중에는 시세보다 5000만원가량 싼 급매물도 있었다.

 하지만 매수세는 뜸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엔 가격을 묻는 전화만 간혹 걸려올 뿐 중개업소를 직접 찾은 매수자들은 찾기 어려웠다. K공인 이모 사장은 “지난해 입주한 주공 4단지 레이크팰리스에 이어 트리지움이 입주하면서 매물이 크게 늘어 이 일대 시세가 약세”라고 말했다.

  잠실 주택시장에 ‘입주 소나기’가 예상된다. 잇따라 들어서는 새 아파트 때문에 이 일대가 입주 홍역을 앓고 있다. 대규모 입주 물량이 신도시 개발 등의 호재로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집값에 부담이 된 것이다.

 앞으로 분양될 막대한 물량까지 겹쳐 잠실 일대 주택시장이 이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집들이 릴레이=잠실 일대가 집들이로 북적댄다. 2600여 가구의 레이크팰리스(옛 주공4단지 재건축 단지)를 포함해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가 3300여 가구. 올해는 5000가구가 넘는다. 트리지움과 입주를 시작한 장지지구의 4개 단지, 가락한라 재건축 단지(래미안) 등이다. 2000년 이후 2005년까지 매년 입주 물량이 많아야 2000가구 정도였다.

 내년엔 잠실 1, 2단지와 잠실시영 등의 입주가 몰리면서 2만 가구가량이 들어선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하는 2만5000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송파구 전체 아파트 가구수(7만5000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택 물량이 2년 새 30% 넘게 급증하는 것이다.

 중개업소들엔 새로 입주하는 단지들에서 나온 매물이 쌓이면서 시세가 약세다. 잠실 1단지 109㎡의 분양권이 올 초 10억원 선에서 5000만원 정도 빠졌다. 잠실시영 109㎡의 분양권도 올 들어 5000만원 정도 내렸다. C공인 관계자는 “입주할 물량이 많이 남아 있어 더 크게 오르기 힘들다고 보는 투자자들의 매물이 많다”며 “수요자들도 더 싼 가격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매수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여파는 인근 아파트들에도 미친다.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142㎡도 올 초에 비해 5000만원 정도 내렸고, 삼성래미안 109㎡의 호가 역시 많게는 1억원가량 하락했다. 문정동 K공인 김모 사장은 “문정동 옆 장지지구에 상대적으로 싼 매물이 많이 나오는 탓도 있다”고 말했다.

 레이크팰리스가 집들이를 시작한 지난해 말 이후 아파트 값 상승세도 크게 둔화됐다. 2005년 이후 연간 20%가량 올랐으나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상승률은 0.2%에 불과하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도 있지만 대거 입주로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진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2만5000가구가량이 한꺼번에 입주한다. 사진은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3600여 가구의 트리지움.

◆신도시·뉴타운서도 공급 쏟아져=잠실 일대 소나기 입주는 내년까지 이어진 뒤 잠시 주춤한다. 그 뒤에는 송파신도시와 거여·마천뉴타운에서 대규모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 지역에서 나올 물량은 3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부터 분양돼 2011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신도시·뉴타운 개발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공급물량 급증도 있지만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가를 매기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다. 주택 수요가 기존 주택보다 싼 분양물량에 몰릴 것이다.

 잠실지역 저층 재건축 단지들에 이어 잠실 일대 집값 상승을 주도한 잠실주공 5단지의 힘도 빠졌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이 불확실한 데다 초고층의 제2롯데월드 개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900여 가구로 송파구 전체 아파트 가구수의 5% 정도를 차지하는 5단지는 잠실 일대 집값의 방향타다.

 그렇다고 잠실 일대 집값이 내리막길을 걸을 것 같지는 않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재건축 단지 등의 입주로 중대형 평형이 늘어나면 강남·서초구와의 가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명신원공인 이엽 사장은 “신도시 등의 개발로 물량이 크게 늘기도 하지만 주거 여건이 그만큼 좋아지기 때문에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입주물량 급증, 상한제 규제 등으로 잠실 일대 집값이 앞으로 많이 오르길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실수요 입장에서 싼 매물 위주로 내집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안장원·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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