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 버린 서청원 "전쟁서 패한 장수에 사약 마시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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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 아니오. …여러분도 잘 알잖소. …미칠 지경이오."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은 흥분 때문에 말을 더듬었다. 눈가엔 살짝 이슬이 맺혔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그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10억원짜리 채권을 건네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그 채권이 徐의원 사위의 사업자금으로 쓰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졸지에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그는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했다. "표적수사고 정치보복이기 때문"이란다. 徐의원은 "전쟁에서 패한 장수에게 사약까지 마시라고 하는데 이럴 수는 없다"고 했다.

"채권은 사업을 하는 사위가 산 것으로 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들은 "불법자금을 받았다면 사위를 통해 그렇게 어설프게 돈세탁을 했겠느냐"며 "사위가 채권을 샀다는 기록을 제출해도 검찰이 필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徐의원은 서울에서 5선을 한 한나라당의 간판 정치인 중 한명이다.

여당(신한국당) 원내총무 땐 상석을 늘 야당 총무에게 양보한 것으로 유명했다. 당내에서도 덕을 쌓아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의원들이 많다. 28일 있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그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것 같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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