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국산을 국산위장 판매/농산물·한약재등… 신토불이 “말로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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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전·태백=최준호·홍창업기자】 농민단체인 농협이 중국산 농산물과 한약재를 국산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농산물시장개방에 맞서 국내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농협이 생산과 유통을 맡아 국산 농산물의 판매를 촉진시켜야 하는데도 거꾸로 자체 수익에만 급급해 이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충남경찰청은 30일 『금산군 금성농협(조합장 양현두)이 지난해초부터 직판장을 통해 인삼·대추·녹각·감초 등 24종의 국산 한약재에 중국산을 섞어 판매해온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금성농협은 자체매장에서는 약재를 팔 수 없도록 관련법(약사법 35조)에 규정돼 있는데도 관내 38개 농가가 생산한 한약재에 중국산 수입한약재가 섞인 2백g 및 4백g짜리 상품에 「금산인삼골생약초」란 상표를 붙여 지난해 상반기부터 모두 2천봉지(시가 7백80만원상당)를 팔아오다 물의가 빚어지자 최근 판매를 중단했다는 것.
이에 대해 농협충남도지회 관계자는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가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금산인삼골생약초」란 이름으로 상품화,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성농협이 판매금액의 10%를 받기로 하고 농협상표와 판매장소를 빌려줬을 뿐 농협이 직접 판매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협이 직접 팔지는 않았다고 해도 농협매장에서 농협상표가 찍힌 한약재를 팔면 소비자들은 농협이 판매하는 것으로 알게 돼 있다』며 농협측의 장삿속을 나무라고 있다.
이에 앞서 최근 태백농협에서 수수·기장 등 중국산 수입농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돼 소비자에게 판매된 사실이 밝혀져 현재 품질확인 조사가 진행중이다.
농협측과 태백시는 『태백농협이 판매용 농산물을 구입하면서 원산지 확인을 제대로 하지않아 중국산 수수·기장·메조·차조 등 잡곡 4종이 마치 국내산인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판매돼 왔다』는 지역상인들의 주장에 따라 지난 11일 이들 농산물을 수거해 국립농산물검사소에 품질확인을 의뢰해 놓고 있다.
농협 자체감사결과 문제의 잡곡 4종은 태백농협이 충남 당진 원북농협과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모두 2천1백만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원북농협이 위탁판매상인 윤모씨를 통해 물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농산물이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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