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방>자유.개성찾는 신세대 商魂에 끌려가는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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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세대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중 빼놓을 수 없는 게「다양하다」는 시각이다.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자기표현과 행동에서도 천차만별의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어 기성세대를 당혹케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신세대의 옷차림,특히 브랜드에 있어서 만큼은「다양성」보다는「획일성」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이다.
지난 겨울 베이지색 톤에 체크무늬의 형태만 약간씩 다른 목도리가 거리를 장악했었고 요즘 캠퍼스에는 헐렁하고 긴 청바지,또는 나팔바지에다 몸에 붙는 티셔츠라는 패턴이 마치 교복이기나 한 것처럼 유행하고 있다.여학생이라면 여기에 검은 색 통굽구두가 추가되며 치마를 입은 경우라면 단순한 디자인의 원피스나 신발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가 전형적이다.
게다가 청바지는 어느 메이커의 것,티셔츠는 어느 브랜드 하는식으로 몇몇 고가상표에 대한 선호도 심해지고 있고 심지어 그것이 신세대의 전형적인 옷차림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어느 시대에나「신세대」는 있었고 그때마다 나름의 특징을지녀왔을 것이다.비슷한 복장을 통해 같은 또래끼리의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편해서 입는다는 말도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타당하다.
그러나 신세대의 옷입기가 몇가지 패턴으로만 정형화되면서 상표도 점점 몇개의 고가 브랜드로 한정돼가는 현상을 보면 자칫 얄팍한 상혼이 신세대에 대한 허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신세대」가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신세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55%가량이「나는 신세대가 아니다」고 답하고 있다.「신세대」라는 말 자체가 어쩌면 허상일수도 있다는 반증이다.
혹시라도「신세대답게」라는 허상때문에 남들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고가의 브랜드를 찾는다면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에게는 가장「어울리지 않는」행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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