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지원 20일째 '헛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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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26일 LG카드 본사 임직원 대부분은 홍보 전단을 들고 전국의 주요 상권과 대형 가맹점으로 나갔다.

LG카드로 결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가맹점 순회 AS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캠페인을 하면서 채권단의 합의로 LG카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LG카드 처리는 '개점 휴업' 상태다. 채권단이 LG카드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일부 은행이 지원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LG카드를 위탁 경영하는 산업은행의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 채권 출자전환을 승인하기 위한 이사회 개최가 지연돼 'LG카드 운영위원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16개 채권단은 지난 9일 LG카드에 기존 2조원 외에 추가로 1조6천5백억원을 빌려준 뒤 출자전환하고, 산업은행이 1대 주주(25%)로 1년 간 LG카드를 위탁경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운영위원회 구성▶경영협약(MOU) 교환▶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정상화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이 가운데 실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당초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LG카드 지원방안에 합의했다"면서 "29일 새로운 행장이 선임된 뒤에나 지원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월이 돼야 LG카드의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LG카드의 경영 정상화는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특히 새 경영진 구성이 지연되는 사이 LG카드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는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등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LG카드의 한 직원은 "채권단이 경영진을 교체한다고 밝힌 상태에서 기존 경영진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상 유지 이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카드의 적자가 늘고, 산업은행의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담 증가는 곧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LG카드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전월보다 3.3%포인트 늘어난 14.7%를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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