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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아직도 대기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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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하철은 하루 650만 명이 이용하는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이다. 그래서 지하철 역사 내의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지하환경과 더불어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최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지하철역 공기질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2010년까지 예산 1조5136여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방안을 보면 지하철역 공기질을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생색용 정책인지 의심이 드는 소지가 없지 않다. 우선 예산의 분담 구조를 보면 중앙정부가 전체 예산의 0.2%인 34억원만 부담하는 반면 지하철을 운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98.2%인 1조5102억원을 낸다. 이 경우 서울시의 부담액은 70% 수준인 1조5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태와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등 9개 지하철공사의 부채 규모·경영수지를 고려할 때 이같이 지자체에게 많은 부담을 모두 맡기는 재원 분담 구조는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개통된 지 23~33년 경과한 노후시설 개선, 그리고 2010년까지 안전시설 확충에 약 1조7000억이 소요되는 점과 연간 지하철 건설부채 상환 규모를 감안할 때 지하철이라는 한 분야에 과중하게 투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도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공기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하역사·지하철 공간의 폐쇄성, 시설의 노후화, 이용객 급증 등으로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 효과는 아직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지하철역사 중심의 공기질 현황을 보면 미세먼지 오염도는 기준 이하이기는 하지만, 다른 다중이용시설이나 대기 중 농도에 비하면 약 2배가 높은 수준이다. 또 호흡기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받는 석면의 경우, 기준치 이하라고는 하지만 서울지하철 1~4호선과 부산 1호선에선 사용한 것이 확인됐고 일부 역사의 경우 시설의 노후화로 공기 중에 비산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라돈 농도 역시 8시간 기준으로는 권고 기준치 아래였지만, 3개월 장기 측정 결과 6, 7호선 일부 역사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국민건강에 매우 중요한 현안에 대한 정부의 추진 계획을 보면 미세먼지 관리대책으로 스크린도어의 전 역사 확대 설치, 자갈노반의 콘크리트화, 외국 기준을 감안한 관리 기준 강화, 석면사용 실태조사와 석면 지도 작성, 전담부서 구성 및 운영·관리 메뉴얼 작성, 라돈 관리 대책, 지하철차량 공기질 관리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대책은 정부의 국민건강증진 정책·대중교통 활성화법과 연계해 교통환경복지라는 거시적 정책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지하철은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이 같은 지하철역의 공기질 개선 등 대중교통역사의 쾌적한 환경 확보야말로 서민을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에 해당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한 이 정부가 환경기준 설정 등 소극적인 대책에 머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환경 기준 설정, 모니터링 등 소극적 대처 수준에 그쳐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는 어렵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거의 없는 개선사업은 공염불에 불과하며 시민의 건강을 담보로한 시대역행적 정책에 불과하다. 적정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으로 수반된 강력하고 적극적인 중앙정부의 정책 실현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성모 서울대 교수·건설환경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