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운전의 달인' 이정달씨.
‘쇼’를 펼친 ‘굴착기의 달인’은 볼보그룹코리아 건설기계 부문의 이정달(40)씨다. 그의 직업은 이름도 생소한 ‘굴착기 데몬스트레이터’다. 회사가 만드는 굴착기의 정교한 기술력을 고객에게 보여 주는 게 임무다. ‘어떻게 하면 제품의 우수성을 알려 판매로 이어지게 할까’ 고민하던 그가 고안해 낸 것이 굴착기 쇼다. 정교함을 보여 주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버킷에 칼을 매달고 케이크나 수박을 자르고, 붓으로 글씨를 쓴다. 와인을 따르기도 하고(사진), 공을 몰아 골대에 넣기도 하는 등 각본을 짰다.
한 해에 이 사업을 찾기 위해 방한하는 해외 딜러나 고객은 400명 정도. 해외로 나가 만나는 고객은 훨씬 더 많다. 지난달 말에는 말레이시아에 열흘간 머물면서 400여 명 앞에서 공연을 했다. 지금까지 40여 개국을 돌며 시연회를 했다. 회사 측은 이씨의 공연을 본 고객 대부분이 굴착기를 산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이 직접 시운전을 해보고 꼼꼼히 성능을 살핀 뒤 구입을 결정할 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 회사 매출의 85%는 수출에서 나온다. 해외 고객과 최접점에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영어와 영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그는 “하고픈 일을 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굴착기와의 인연은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 졸업 후 굴착기 기사자격증을 딴 뒤 입대해 5년간 건설장비 관리와 정비 업무를 맡았다. 하사관으로 제대한 뒤 군 경력을 인정받고 1993년 볼보그룹코리아의 전신인 삼성중공업에 입사했다.
볼보그룹코리아는 평택시에 굴착기·로더·지게차 등 중장비 운전 및 정비를 가르치는 교육센터를 운영한다. 이씨는 짬짬이 강사로도 나선다. 이곳에서 6개월간 합숙교육을 한 뒤 현장에서 1년 정도 경험을 쌓으면 한 달에 150만원쯤 받는다. 교육과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씨는 “굴착기 기사의 취업률이 90%에 이른다”며 자격증 취득을 권했다.
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