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금리계속상승>下.성장에 역효과 비난표적 FR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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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들어 세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美國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여론지도층으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데이비드 오베이 하원의원(민주.위스콘신州)과 바이런 도건 상원의원(민주.사우스 다코타)등 美의원 44명은 25일 앨런 그린스팬 FRB의장에게 금리인상을 중지하도록 촉구하는 연명서한을발송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FRB가 최근 실재하지도 않는 인플레를 예방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면서『고금리는 인플레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막는 역효를 나타낼 것』이라고 FRB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의견에 학계.업계관계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텍사스大 경제학과 제임스 갈브레이스교수는『FRB가 환상의 괴물(인플레)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고 리먼 브러더스社의앨런 시나이 수석연구원도『성급한 조치가 장기금리 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FRB의 항변도 만만치 않다.FRB는 선거를 위해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장기적 안목으로 금융정책을 잡아나간다는 주장이다.실제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중앙은행은 선거 직전 돈을 풀고 선거 후 통화팽창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쓰는등 악순환을 거듭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FRB로서도 최근 비난의 초점이 FRB의 정책적 실수에 맞춰져 있어 매우 당혹해 하고 있다.몇가지 실수와 장기적 경기전망을 어렵게 하는 시장조건의 변화 때문에 FRB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FRB는 지난 2월 첫 단기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이례적으로 이를 즉각 발표했다.통상 1개월 내지 6주후에나 결정을 공개함으로써 이에 대해 시장이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주어왔으나 의회의「정보공개」요구 때문에 관례를 깬 것이다.결과 는 주가의 폭락이었다.
또 지난달 금리인상 직전 그린스팬의장은 계획돼 있던 연설을 돌연 취소하고 백악관을 방문했다.금융시장은 즉각 이를 금리인상의 전단계조치로 해석,과잉반응을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백악관측은『그린스팬의장이 공개연설을 취소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백악관 방문날짜를 바꿨을 것』이라며 그린스팬의장의 미숙함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FRB는 투자가들이 저축성 상품에서 오픈型 투자신탁(Mutual Fund)으로 투자대상을 바꿈으로써 통화측정 방법이종전처럼 정확성을 기할수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인플레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또 경제의 국제화가 종래 중요시되던 몇가지 경제지표들의 중요성을 떨어뜨리게 됐다.예를 들어 제조업체의 해외이전은 설비가동률의 의미를 흐리게 하고 있다.
FRB는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인플레 예방을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외로부터 빗발치는 여론에 언제까지 버틸지는 의문이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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