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기제조社 美 일렉트로닉 아츠-신세대 취향 상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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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美國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창의력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수가 많다.
비디오게임기 제조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도 번득이는 창의력 하나로 군웅이 할거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기업이다.
아직 닌텐도나 아타리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업계 1위인 세가(SEGA)를 바짝 따라붙을 정도다.
일렉트로닉 아츠의 수익은 지난 5년간 매년 60%이상씩 늘어났다.92사업연도(92년4월~93년3월)에는 4억달러의 매출을올려 3천1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또 93사업연도 3분기가 끝난 지난해말에는 수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0%이상 늘어난 3천3백50만달러로 잠정집계됐다.같은 기간중 세가.닌텐도.IBM등 대형 업체들이 겨우 현상을유지하는데 그쳤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일렉트로닉 아츠가 이처럼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창의력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경영원칙 때문이다.
로렌스 프롭스트 사장과 빙햄 고든 부사장은 모든 직원들이 샘처럼 솟아나는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게임기의 소비자가 新세대이므로 만드는 사람도 신세대의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장과 부사장부터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한다.또 회의가 오래 계속되면 잠시동안 사장.직원 가릴 것없이 어린애처럼 깔깔대며 서로 고무공을 던져대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긴장과 스트레스를 버리고 두뇌회전수를 높이기 위 해서다.
또 어른들의 굳은 머리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국민학생이나 중학생을 모셔와 깍듯이 자문하기도 한다.고든부사장은 자문을 맡을 학생을 학교에 가서 승용차로「모셔 오고」집까지 정중하게 태워다 주는 운전기사일을 마다 하지 않는다 .덕분에 일렉트로닉 아츠는 10대 청소년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빨리 잡아채 게임으로 응용할 수 있었다.신세대의 감각을상품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 결과 농구.미식축구.하키등 일렉트로닉 아츠가 개발한 스포츠게임은 전자총을 쏘아대고 로봇을 조종하는 스타워스式 게임을 누르고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특히 프로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는 농구게임이 가장 인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TV드라마『마지막 승부』가 인기를 끈 뒤 농구붐이 일면서 간이 농구놀이 기구가 잘 팔려나가고 있는 것과비슷한 경우다.
일렉트로닉 아츠는 또 컴퓨터게임의 미련을 버리고 비디오게임으로 재빨리 전환해 성공했다.
일렉트로닉 아츠는 89년부터 2백50만달러를 들여 비디오게임을 개발,90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비디오게임은 TV영상을 게임에 끌어들여 컴퓨터게임보다 훨씬 현실감 있는 영상을 제공했다. 값은 컴퓨터게임보다 조금 비싸지만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재미의 강도」는 훨씬 높다.한번 일렉트로닉 아츠의 비디오게임으로 놀아본 사람은 다른 컴퓨터게임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일렉트로닉 아츠는 요즘들어 유선방송을 통해 쌍방간 의사소통이 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몇년내 국제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프롭스트사장은『게임기업계에서는 2~3년후에 무엇이 유행할 것인지 또 어떤 기술이 새로 나올지 예측해 빨리 승부를 거는 것이성공의 요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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