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표결·보이콧 불법으로는 못봐/총리인준 국회권한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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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학자들 “법적문제보다 정치적 책임”
민자당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 경질과정을 따지기 위한 별도 임시국회 소집없이는 이영덕 총리내정자에 대한 국회인준은 불가능하다』는 민주계 주장에 대해 법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성호 수석부총무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중요한 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당연한 의사일정에 올려 처리해야 한다. 통치권에 속하는 총리내정과 관련한 국회권한은 가부투표에 국한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민주당이 이 전 총리 해임과 새총리 내정에 불만이 있다면 본회의에 당당히 참석해 투표로 의사표시하면 되는 것이지 국회동의권 행사를 위한 의사일정 자체를 합의해주지 않거나 실력저지라는 발상은 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해 법학자들은 총리내정을 둘러싼 여야 마찰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인 만큼 법리적인 차원에서 따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총리내정자에 대한 국회동의는 대통령의 「정치적 재량행위」에 대한 국민대표의 정치적 의사표시이므로 동의권 행사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양건 한양대 교수·최종고 서울대 교수)는 주장들이다.
양·최 교수는 또 『야당이 국회동의를 위한 본회의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고 하는 등 의사일정을 지연시켜 국정공백을 초래하려 한다』는 민자당 주장에 대해서는 『야당이 정치적으로 책임질 사안이지 법정신과 결부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치적 공세에 대해서 야당이 정치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이러한 정치적인 책임문제를 떠나 순수한 법적인 차원으로 본다면 결국 여당이 본회의를 강행,총리임명 동의안을 일방통과시키거나 야당이 보이콧하는 행위는 똑같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어느 것도 불법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계희열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그렇지만 국회가 열린 상태에서 중요 국정현안이 돌출했다면 국회가 당연히 이를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여야 어느쪽이든 상궤를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면 엄밀히 따져볼 때 헌법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민주당에 본회의 참석을 통한 의사표시를 촉구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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