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기적을 만드는 '리더십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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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북방의 진주'라 부르는 다롄(大連)은 국제적이면서 쾌적한 도시다. 지구촌 경제계 두뇌들이 집결한 세계경제포럼(WEF)이 '여름 다보스 포럼' 창립 행사를 이곳에서 연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시는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청일전쟁(1894~1895)에서 패한 청 왕조는 다롄을 포함한 랴오둥(遼東)반도를 일본에 떼어줬다. 이 지역은 이어 러시아가 주도한 '삼국간섭'으로 제정 러시아의 손에 넘어갔다. 러시아는 천혜의 요지이자 부동항인 다롄을 '아시아의 파리'로 만들기 위해 파리와 닮은 방사형 도시로 만들 계획을 짰다. 그러나 러일전쟁(1904~05)에서 패하면서 이 도시는 40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다롄의 비극은 서세동점(西勢東漸:서양 세력이 동양으로 밀려옴)하던 격변의 시대 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한 부패하고 무능한 청나라 지도자들 때문이었다.

100년 전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장이던 다롄은 6일부터 열리고 있는 '여름 다보스 포럼'을 맞아 미래를 개척할 아이디어를 찾는 경연장이 됐다. 90개국에서 참가한 1700명의 인사는 급속한 글로벌화에 따라 지구촌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 요인들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하기에 분주했다.

전체 포럼을 관통하는 화두는 '두바이의 기적'을 일궈낸 셰이크 무하마드 알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가 던졌다. 그는 "우리가 과거의 생각과 관념에만 젖어 있었다면 오늘의 두바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놀라운 성장이 말해주듯 지도자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현실에 제대로 응전하기 위해선 도전정신에 충만한 지도자의 혁신과 창조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 회원들과 파격적인 질의응답을 벌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역시 확신에 찬 리더십을 보여 줬다. 원 총리는 "여러분이 안심하고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는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름 다보스 포럼에서 '뉴 챔피언'으로 떠오른 양국 총리를 보면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WEF 측의 표현처럼 현재 세계 경제 판도는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이런 중요한 때에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깨어 있는 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에서 말이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