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군이 꺼리는 국방장관 방북 왜 고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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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0월 초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김장수 국방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단에 포함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는 연관이 없고, “한반도 평화의 포괄적 논의를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방장관의 방북이 부적절하지 않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만남”이라고 말했다. ‘양측 국방 책임자들이 만나면 군사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언뜻 보면 그럴듯한 설명들이다. 그러나 실상으로 들어가면 의혹을 불러일으키거나 공허한 내용에 불과하다. 현재 남북 간 군사적 신뢰는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평양~원산 선 이남에 배치돼 있는 북한 지상군 병력의 70%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 남북 연결 시험열차 통과를 놓고도 몇 년간 티격태격하지 않았나. 신뢰 구축 조치는 남북 군사당국자 간 통신선 몇 회가 있는 게 고작이다. 오히려 NLL 문제를 놓고 남북 간 갈등만 깊어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국방장관이 북한에 간다고 어떤 전기가 마련될 수 있겠는가. 남북 간 군사 분야에서의 진전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하나는 실무 당국자 간 협의를 거쳐 이행하기 쉬운 것부터 합의해 나가는 것이다. 군사훈련 통지나 참관, 직통 전화 개설 등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다. 상대방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군사적 신뢰가 쌓일 수 있겠는가. NLL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재획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김 국방의 방북은 ‘NLL을 협의할지 모른다’는 의구심만 가중시킬 수 있다. 군 통수권자를 비롯해 국방·정보 책임자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것도 문제다.
 
이런 사정으로 군 수뇌부는 김 국방의 방북을 반대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 논의’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호도하려 들지 말고 김 국방의 방북을 재고하라. 군사 문제는 이제 군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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