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유입 올들어 주춤/미·일자금 향방 “시선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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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자금,일 증시 활력회복 기대 군침/엔,한국 진출보다 일 시장 머무를듯
미국의 금리 인상,일본엔화 자금의 한국 유입,미국 자본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정작 아직은 별 움직임이 없는 일본자본….
이런 국제금융시장의 동향들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 일이 아니다.
국내 증시의 동향을 미리 짚어보거나 거시경제정책의 운영 방향을 짤때 이같은 사실들을 모른채로는 옳은 판단을 내리기가 불가능한 「개방」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 금리가 오르자 벌써부터 미국 자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 증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일본 자금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나 아시아월트저널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자본이 전 세계에서 사들인 외국 주식은 6백64억달러어치로 전 세계 해외주식 투자액(1천5백92억달러)의 42%나 된다.
그동안 외국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자본들이 지난해 금리가 전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자 나라 밖의 주식·채권을 사들이는데 눈을 돌렸던 것이다. 지난해말 우리나라 주가를 끌어올렸던 「헤지 펀드(Hedge Funds)」도 이 자금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올들어 미국자금은 아시아에서 빠져나가 남미와 동구권으로 눈을 돌렸다. 중남미는 NAFTA 발효에 따르는 반사이익이 기대되고,동구권은 증권가격 자체가 낮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엔 일본에 들어와 있는 미국자금의 움직임에 대해 세계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와 정치불안으로 일본증시는 아직 침체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외국투자자들의 지난해 일본 주식 순매입액은 1조4천억엔에 이르렀다. 올 1·4분기중의 순매입액 또한 3조2천억엔으로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일본증시가 이젠 활력을 되찾으리라는 서구자본의 기대에서 비롯된다. 일본기업은 긴 불황을 겪으며 조직의 군살빼기와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 87∼91년사이 사들인 23조9천억엔 규모의 장기공채 상환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기업의 주식 내재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률(PER)은 아직 85정도로 낮아 앞으로 오를 여지가 많다. 여러가지 회복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미국자금이 아시아에서 빠져나가면서 생긴 공백을 일본자금이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미국투자자들의 예상대로 일본증시가 활기를 되찾으면 일본자금이 일본 안에서 놀지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올해 우리 증시가 지난해처럼 외국인 투자에 의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반면 촉박한 개방 일정을 밟아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외국 자본 유입이 주춤해진 지금이 다시 올 수 없는 금융개혁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김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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