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배용준 주역 드라마 ‘태왕사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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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 탄생할 듯하다. 한류 스타 배용준이 주연을 맡고 드라마 사상 유례없는 거액인 430억원이 투자된 김종학 프로덕션의 ‘태왕사신기’가 11일 첫 방영을 며칠 앞둔 6일 베일을 벗었다. 이날 MBC 경영센터 9층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제 1부 전체와 2부 앞부분 등 총 90분 가량의 내용이 공개됐다. 수 차례 방영이 연기되는 등 진통이 있었지만 시사회를 통해 본 ‘태왕사신기’는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했다.

 1부는 환웅이 세상에 내려와 곰족 여인과 결혼해 단군을 낳고, 단군이 나라를 세운다는 조선 건국 신화를 다룬다. 드라마는 신화를 곰족과 호족의 전투에서 환웅이 곰족의 여인을 선택한 것으로 표현한다. 드라마의 기본 줄기는 ‘쥬신의 땅(단군이 세운 나라)’에서 출발한다.

 시사회에 참석한 김종학 PD는 “단군의 나라는 만리장성과 바이칼 호수를 뛰어넘는 엄청난 영토를 갖고 있었다”며 “그걸 회복하는 의미에서 역사상 유일하게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을 쥬신이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한류를 겨냥한 드라마이면서도 ‘영토 확장’이란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국가 간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엿보였다. 김 PD는 “광개토대왕이란 소재 때문에 중국에서 촬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룡·주작·백호·현무 등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사신(四神) 역시 환웅 시대부터 유래해 고구려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들을 표현하는 데에는 CG가 유감없이 사용됐다. 김 PD는 “반지의 제왕 팀과 기술 제휴를 추진했으나 양국 시스템이 맞지 않아 결국 국내 기술로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견주긴 어려울지 몰라도 기존 드라마의 CG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HD화면에 5.1채널로 준비된 시사회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HD급 TV에 5.1채널까지 갖춘 가정이라면 그 보람을 톡톡히 느낄 듯하다.

 다만 판타지적 신화를 다룬 1부의 화면과 스토리가 무겁긴 했다. 비교적 어려운 내용, 피가 튀는 전투에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나가는 아비규환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15세 이상 시청가’이지만 화살이 박히고 피가 튀는 장면 등은 마치 컴퓨터 게임의 CG처럼 리얼한 점도 논란거리다.

 김 PD는 “교과서에서 보고 동화속에서 상상만 한 한국 신화를 최초로 영상으로 풀어내고, 그 역사의 뿌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설령 완성도에 문제가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용준은 1부에서는 환웅으로, 이후엔 광개토대왕으로 1인 2역을 맡을 예정이다. 김 PD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영토를 차지한 광개토대왕의 카리스마는 아마도 부드러움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회가 진행될수록 배용준에게서 부드러움을 뛰어넘는 카리스마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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