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내신 자료 내라" "특목고 신설 논의 금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뉴스분석 정권 말기 노무현 정부의 '교육 역주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시모집 내신 실질반영비율(30%)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대학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각 대학에 2007, 2008학년도 수시모집 내신 자료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특목고 신설을 전면 유보하는 등 특목고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수시모집 내신 자료도 내라"=교육인적자원부는 4일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07, 2008학년도의 수시 1.2학기, 정시모집 전체 전형의 내신 반영비율, 기본 점수, 등급 간 점수를 7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가 대학에 수시와 정시모집 전형 자료를 모두 요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학들은 대부분 6일 이 공문을 확인했다.

서울 소재 A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입시 자료는 물론이고, 올해 확정되지 않은 자료까지 제출하라고 공문에 돼 있다"며 "교육부의 요구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당할지 몰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7일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수시2학기 모집에서 일부 대학은 아직 등급 간 점수 차를 확정하지 않았다. 지원 학생의 논술 성적이 나온 뒤 논술과 학생부 성적의 기본점수를 정하는 대학도 많다. 또 대부분의 대학은 정시모집의 등급 간 점수 차를 11월 이후에나 확정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학처장은 "수시모집 자료까지 내놓으라고 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반발했다.

교육부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지난해에 비해 내신 반영비율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현황 파악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사항은 공란으로 제출해도 된다"고 해명했다.

◆특목고 압박 강화=교육부 김남일 지방교육지원관은 10월 말까지 특목고의 신설을 전면 유보하고 영구적인 신설 금지나 조건부 인가, 기존 학교 지정 해지 여부 등에 대한 종합 검토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특목고 수월성 교육(우수학생 대상교육)체제 개편 계획'을 6일 발표했다.

김 지원관은 "서남수 차관이 오늘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과 회의를 갖고 각 교육청에 두 달간 외국어고 신설 논의를 금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중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10월까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등 평준화 예외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월 말 이후 외국어고 추가 신설을 허용할지 여부는 지금 언급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09년 9월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에 사전협의를 신청해 놓고 있는 인천 미추홀고와 광주외고의 신설은 유보됐다. 경기도.울산광역시.강원도 등이 설립 예정인 외국어고 7곳에 대한 인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숙명여대 박천일(언론정보학)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임기를 실질적으로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 30%를 지키지 않은 대학은 제재하겠다고 압박한 데 이어 특목고까지 옥죄려 하는 것은 '오기의 교육정책'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교육청들도 "교육자치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특목고 설립 권한은 교육감 권한인데 이를 중앙정부가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특목고 설립을 위해 학교 건물 설계까지 마쳤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양영유.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