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회담.재사찰문제 걸려 고민 北.美접촉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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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北韓 핵협상의 걸림돌이었던 南北韓 특사교환 요구를 철회함에 따라 빠르면 이번주안에 북한과 美國의 실무접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양측은 北-美회담과 재사찰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느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
또 서로가『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변죽만 울리고 있을 뿐 상대방이 대화를 제의해오기를 기다리는 미묘한 신경전을펴고 있다.
먼저 대화를 제의하는 쪽이 상대방에게「先着의 效」를 내주게될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先着의 效」란 美國입장에서 보면 北韓의 추가사찰 수용을 얼마나 기정사실화하느냐 하는 문제며,北韓입장에서 보면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를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18일 韓美 핵정책 조정책임자들인 金三勳 핵전담대사와 로버트갈루치 美국무차관보 사이에 열린 회담 직후 마이크 매커리 美국무부 대변인은『3단계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북한이 먼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韓美합의에 대해 金대사는 18일 회담직후 기자회견에서▲지난달중순 姜錫柱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이 보낸 답신에 대해 지난달27일 갈루치 차관보가 답신한 이후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공식 반응이 없었으며▲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추가사찰 수용을 촉구하는의장성명을 채택한 바 있음을 들어『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설명했다.
이에대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이미 IAEA와 합의한핵안전조치 연속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찰을 모두 받았으므로 먼저 3단계회담이 열려야 추가사찰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北韓은 金日成이 직접『핵문제 해결은 미국과 북한간 직접협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면서 무조건 北-美 직접협상재개를 촉구했다. 특사교환 철회 이후에도 양측은 여전히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北-美실무접촉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내달 중순까지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에게 추가사찰 실시결과를 보고토록 정하고 있으며 대화를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례를 보면 현재의 美國과 北韓간 견해차는 두루뭉수리로 묶일공산이 크다.
실무접촉은 일단 북한이 IAEA와 추가사찰 문제를 논의해 사찰여부를 확정지으면 다시 실무접촉을 통해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 일자를 확정한다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연말부터 지난 2월25일까지의 北-美실무접촉 과정이 바로 그러했다.
그러나 이번의 실무접촉은 지난번처럼 두달까지 시간을 끌지는 않을 전망이다.정부의 한 당국자는 그 이유를▲안보리 의장성명이시한을 정하고 있고▲미국은 북한과 여러차례 협상을 통해 상대의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혹시 라도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시도한다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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