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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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강자의 논리를 확인한채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터 서덜랜드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사무총장은 12일 마라케시 각료회담 개막연설에서『UR타결로 이제「정글의 법칙」은 사라지고 지구촌 가족이 국제무역에서 공정한 경기를펼칠 수 있는 역사적인 서막이 올랐다』고 감격해 했지만 약소국들은 새로운 무역조건을 들고 나오는 선진국들의 공세에 좌불안석인 형국이다.
美國등 선진국들이 환경.노동등 자국의 이해를 반영하며 만족을표시하는 동안 약소국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하소연하며「선처」를 호소했다.
리언 브리튼 유럽연합(EU)집행위원은『전례없는 시장개방등 역사적인 성과를 거둔 협상』이라며개도국이 반발하고 있는 사회조항의 삽입은 물론 나라마다 다른 기업관행과 법률을 통일하자는 경쟁라운드(CR)를 새로 제창했다.특별 연사로 참석 한 앨 고어美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무역과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톤을 높이고,노동조건이 거론돼야 할 당위성을 강조했다.
프랑스도『UR타결은 만족.경계.희망등 세가지로 요약된다』며 개도국이 오해하고 있는 사회조항은 인도주의라고 주장했다.
반면 개도국과 후진국은 우울하고 불안한 표정들이었다.불투명한무역확대에 한가닥 희망을 표시하면서도 새로운 규제에는 불안해하고 있다.
최빈국 대표로 나선 방글라데시는『파탄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최빈국의 가난은 정치 불안정.내전.부실한 정부운영 등에 있다』고 「속죄」하고 국제무역기구(WTO)내에 최빈국 지원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공허한 메아리를 외쳐댔다.
이집트대표는『WTO는 작은 무역국가의 유일한 보호막』이라며『모든 국가가 같은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때 UR협정문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미국의 독주를 경계했다.
개도국 인도네시아는『UR를 수용한 것은 세계경제의 성장.번영과 함께 개도국의 발전을 믿었기 때문』이라며『희생을 뻔히 알면서도 서비스.지적재산권을 받아들였는데 선진국들은 또다시 환경과노동으로 보호주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공박했다 .
***□… 이젠 「환경」차례 …□ 印度가 요구한 노동이동의 자유,우간다가 요구한 최빈국을 위한 위원회 설치,미국 슈퍼 301조의 철폐 요구는 모두 묵살됐다.반대로 환경문제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선진국의 공세는 노동.경쟁정책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며 봇물 쏟아지듯 했다.
지난해 12월15일의 협상시한이나 15일 마라케시의 서명일 결정도 모두 미국의 일괄처리권한(패스트 트랙)에 따른 미국내일정에 전세계 1백24개국이 쫓아다녀야 했던 것이다.
『국제협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몫은 정해져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우리가 미국과 동등하게 이번 협상에서 좌지우지하기를 바라고 있어 답답할 뿐입니다.』 한국의 한 협상대표가 털어놓은고충은 우리의 국제적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케 한다.
[마라케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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