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年 7억톤 줄줄 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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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새는 수돗물을 내버려두는 게 이익인가, 수도관을 고치는 게 이익인가-.

낡은 수도관의 교체를 놓고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낡은 수도관으로 새나간 수돗물은 2002년 총 7억t에 달했다. 생산된 수돗물의 12.3%나 된다. 돈으로는 4천1백57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이 정도다.

2002년엔 20년이 넘은 수도관 1만4천3백53km 중 17.3%인 2천4백89km를 교체했다. 수돗물이 줄줄 새는데도 교체작업의 진도는 확확 나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는 비용은 km당 8천5백만원가량이다. 낡은 수도관 km당 매년 약 4만8천7백70t의 물이 샌다고 한다. 비용으론 2천5백여만원이다. 목돈을 들여 고쳐놓으면 3년반 만에 비용을 제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다.

다만 단기적으론 그냥 두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모두 손을 보려면 견적(1조원 이상)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낡은 수도관 교체는 환경부 감독으로 각 지자체가 하게 돼 있다. 비용은 대부분 지자체가 대야 한다. 환경부는 총 사업비의 절반 이내에서 저리 융자를 해준다.

그러나 수도관 교체비 융자로 배정한 환경부 예산은 매년 남아돈다. 2002년에는 1천1백24억원이 배정됐지만 13%인 1백48억원만 집행됐다. 재정사정이 안 좋은 지자체들이 정부 빚을 얻어가며 교체공사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자체들은 3조6천7백30억원에 달하는 지방상수도의 부채도 떠안고 있다. 수돗물이 너무 싸게 공급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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