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파워우먼' 3인의 공통점은 흰머리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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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오십 줄에 접어든 미국 '베이비붐 세대' 여성 사이에 염색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0일자)가 보도했다.

타임지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대사를 패러디한 '염색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dye or not to dye. That is the question)'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이들 여성이 30대였던 1980~90년대엔 일하는 엄마와 전업주부 사이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20~54세 미국 여성 중 4분의 3이 일을 하게 된 지금은 일과 가정 중 양자택일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대신 노화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염색을 통해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길을 택할지가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현재까지는 염색파가 대세다. 생활용품 회사인 P&G의 조사(2005년)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65%가 최근 1년 사이 머리를 염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명 여성 인사일수록 비염색파는 극소수다. 여성 상원의원 16명(46~74세) 중 흰머리를 눈에 띄도록 방치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70여 명의 여성 하원의원 중에선 7명만 백발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예술계로 눈을 돌려도 흰머리의 여성 명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최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에서 은발을 선보였지만, 권위적이고 노회한 패션지 편집장이란 역할 때문에 택한 분장일 뿐이다.

그럼, 여성들은 왜 염색을 선호하는 것일까. 최근 모발관리용품 업체인 클레롤의 조사에 따르면 71%의 여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 염색한다"고 답했다. 흰머리가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것도 큰 이유다. 의사인 릴리언 샤피로(43)는 "백발의 남성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여성이 흰머리를 드러내는 것은 사회 통념에 어긋난다고 여긴다"고 불평했다. 타임지가 지난달 8~11일 웹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1013명 대상)에서도 67%가 "흰머리를 방치하면 직장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30대부터 백발을 고수해 온 컨트리 가수 에밀루 해리스(60)는 "자연미가 오히려 매력적인 법"이라며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편안함과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1946~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들 국가에선 출생률이 급격히 치솟았는데, 이를 '베이비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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