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채권형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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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채권형 상품

2000년 중반 은행권에서는 신노후연금신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판매됐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실적배당 상품이면서도 원금이 보장돼 보수적이고 안정성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었다. 당시엔 외환위기 이후의 금리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형 상품의 수익률이 오르기 때문에 은행과 고객들은 당시 연 7~8% 수준이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 그러나 2001년 상반기 이후 금리가 반등했고, 이 상품 가입자들은 만기 때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 이상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했다.

비슷한 상황이 요즘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초 3.98%까지 하락한 뒤 반등하고 있다. 미국 경기의 회복 조짐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국내 국고채 금리도 지난 20일 4.94%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존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은행 신탁상품이나 투신사의 수익증권.뮤추얼펀드 등과 같은 채권형 상품은 금리 변동이나 채권의 신용등급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예전엔 정부가 금리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었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부도나는 경우는 드물어 채권형 상품은 가입 당시 수익률이 곧 만기 수익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편입된 채권을 매일매일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는 채권시가평가제가 적용된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져 펀드 수익률이 낮아지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펀드 수익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채권형 상품은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한 뒤 가입해야 한다.

편입한 채권의 안전성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체크 포인트다. 대우채 파동이나 지난해 SK글로벌 사태의 경우처럼 펀드가 부실채권을 갖고 있으면 수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지금도 많은 펀드가 부실자산 증가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카드사가 발행한 채권을 다수 갖고 있다.

이 같은 변수들을 하나하나 챙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시기에는 채권형 상품의 가입은 신중해야 한다. 가입할 경우 금리 변동을 상쇄할 수 있는 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기존에 가입한 채권형 상품은 수익률을 점검해 보고 만기가 되면 바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때다.

백미경 하나은행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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