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대입본고사-고교측 우려 학교 입시학원화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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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학입시에서 본고사는 과연 필요한가.수험생과 학부모.교사 모두가 학교수업 파행.고액과외등의 反교육적 부작용에 고통받고 있다.당사자인 대학들마저 그 실효를 의심하면서도 「안치르면 3류대」라는 체면치레 때문에 관리상의 어려움을 무릅쓰 고 매달리는양상이다.일각에선 선택권이 대학에 주어진 만큼 자율화란 취지에서 해볼만하다는 의견을 펴고 있지만 『수능시험과목과 중복되는 국.영.수 위주의 획일화된 형태로는 자율화와 거리가 먼 2중부담일 뿐』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 편집자註]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의 국.영.수 본고사 채택 움직임을 바라보는 일선고교의 시각은 우려와 분노다.
『대입정원 60%가 넘는 45개 이상의 대학이 국.영.수 본고사를 채택할 경우 학교는 또다시 입시학원화 될것이고 학생은 또다시 암기식.주입식 학습 부담을 지게될 것입니다.』 예일여고宋德鎬교감(55)은 대학의 국.영.수 본고사가 강행될 경우 창의력.사고력 개발에 중점을 둔 修能시험제도가 도입되면서 독서와토론,현장학습등 다양한 학습을 통해 그나마 자리를 잡아가던 고교교육은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 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일선학교에서는 배점비중이 낮은 과목 수업시간에 국.영.수 과목을 공부하거나 과외숙제를 하고 새벽.심야 과외수업에 시달려 정작 학교수업시간에는 잠을 자는 학생이 상당수 있어 지도에 나서고 있으나『마음속으로 학생들이 학교지도에 승복할지는 의문』이라고 宋교감은 말했다.
또 올들어 양천여고가 우열반을 편성하다 서울교육청에 적발되는등 일선학교의 교과과정 변칙.파행운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경문고 林壹男교감(59)도『35년간 교직생활중 요즘이 가장힘든 시기』라면서『대학 국.영.수 본고사 부활에 따라 날로 거세지고 있는 학부모들의 국.영.수 편중 수업지도 요구를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延龍熙 대원여고 3학년주임교사(43)는『일선 학교는 또 한번의 혼란속에 빠져 있다』면서『본고사 준비는 과외공부에 맡겨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선입견이 부활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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