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근친상간 거부한다-배현숙박사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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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람만이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들도 좀 더 나은 후손을 얻기 위해 자가수정을 피하는 현명(?)함이 있다.
사람은 知覺이 있어 근친을 알아본다지만 식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부부생활의 상대를 알아볼까.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과학전문지『네이처』의 커버스토리를장식한 裵賢淑박사(35.미국 펜실베이니아大)는 바로 이런 연구로 영예를 안았다.
〈中央日報 4월4일자 23面 참조〉 그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피튜니아 꽃이었다.같은 꽃안에 수술과 암술이 있는 피튜니아는 자기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떨어질라치면 이를 기막히게 알아보고 受粉튜브의 성장을 정지시켜 수정을 막는다.
수분튜브는 동물에서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이는 막과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裵박사는 연구의 초점을 수분튜브가 자기 꽃가루인지,다른 꽃의꽃가루인지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데 맞췄다.
그는 이를 규명하는데 유전공학기법을 사용했다.먼저 갖가지 실험을 통해 이같은 자가수분 거부현상을 좌우하는 것이 암술 유전자내의「S좌위」라는 증거를 얻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S좌위에 갖가지 변형을 줬다.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피튜니아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변형 피튜니아는 자가수정뿐 아니라 일부 다른피튜니아의 꽃가루까지 거부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였다.
裵박사가 여기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변형시킨 유전자와 수정을거부당하는 꽃가루의 유전자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裵박사는 이같은 결과를『아마 수분튜브의 표면에 특수한 수용체가 있어 자기 꽃가루에서 나오는 특수 분비물질만을 꼭집어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전자 분해효소의 일종인 이 분비물질은 수분튜브가 성장하는데필요한 단백질등의 합성을 저지함으로써 결국 자가수정 거부현상이일어난다는 것이다.
裵박사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식물들도 나름대로 진화를 위해 매우 정교한 시스팀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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