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암세포야 더 크지만 말아다오 … ‘면역요법’ 환자 고통 덜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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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기 암환자인 K모(43·여)씨. 그는 5월부터 2주 간격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면역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4월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암세포가 폐까지 퍼진 뒤였다. 그 뒤 실시된 항암제 치료는 그에게 극심한 부작용만 안겼을 뿐 병세를 호전시키진 못했다. K씨와 가족은 항암제 치료 대신 면역요법을 택했다. 면역요법은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NK(자연살해)세포 등을 체외에서 증식시킨 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환자 본인의 자연 치유력을 높여 암과 싸운다는 원리다.

 면역요법을 시행하기 위해선 암환자에게서 30mL가량의 혈액을 뽑는다. 이 혈액엔 면역세포가 500만 개(정상인은 1800만 개 전후) 정도 들어 있다. 이 세포를 2주쯤 배양하면 숫자가 10억∼30억 개로 늘어난다. 면역세포의 ‘힘’(활성도)도 전보다 훨씬 강해진다. 이를 환자의 몸에 주사하는 것으로, 보통 6회 반복한다.
 면역요법을 실시하는 요시다 병원 요시다 겐지 원장은 “면역요법은 폐암·위암·간암·대장암 등 고형암 환자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최근 2년7개월간(2003년 7월∼2006년 2월) 진행암(3기B∼4기) 환자 238명에게 면역요법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양이 줄어들거나 크기가 커지지 않은 환자는 104명(43%). 잔여 수명이 3∼6개월로 추정됐던 췌장암 환자 18명 중 8명이 1년 이상 생존했다.

 그러나 면역치료로 암이 완치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안양샘병원 암연구소 김태식 소장은 “면역요법은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암 치료의 보조요법”이며 “암의 크기가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조언했다. 비용도 만만찮다. 6회 치료비만 126만 엔(약 1000만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면역요법을 정식 암 치료법 중 하나로 인정했다. 도쿄 국립암센터·도쿄여자의대병원·게이오의대병원 등에선 3기B 이상의 환자에게 면역요법을 실시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암환자 대상 면역치료가 이제 시작 단계. 바이오벤처인 NK바이오는 지난달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림프암 치료제인 NKM을, 이노셀은 임상시험을 추가 실시하는 조건으로 간암 치료제 ‘이뮨셀-엘씨’의 허가를 받았다. 이노메디시스는 폐암에, 크레아젠은 신장암에 사용 허가를 받는 등 특정 암을 중심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면역요법을 의료행위가 아닌 약(면역세포 치료제)으로 분류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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