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여론조사결과 각당 희비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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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를 지나며 실시된 각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각당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킨 열린 우리당은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반면 열세를 보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BS가 지난 24-25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3.1P) 결과, 정당선호도에서 열린우리당은 23.4%로 한나라당(19.9%)을 오차범위내에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 등 잇단 '깜짝 카드'에도 불구하고 12%를 기록해 지지율에 그다지 변동이 없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열린우리당(32.3%), 한나라당(22.7%), 민주당(14.1%)순이었고 인천.경기는 열린우리당(22.7%), 한나라당(18.1%), 민주당(11.8%)순이다. 열린우리당은 호남에서도 선전해 31.3%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30.4%)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은 한나라당(29.6%)이 열린우리당(14.8%)을 크게 앞섰고 부산.경남 지역 역시 한나라당(29.1%)이 열린우리당(22.4%)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MBC가 25일 KRC(코리아리서치센터)와 함께 성인남녀 1천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3%P)에서도 정당선호도가 우리당 25.8%, 한나라당 18.3%, 민주당 11.8% 순으로 KBS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MBC가 열흘전 같은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우리당은 1.3% 상승한 반면 한나라당은 1.8% 하락했다.

열린우리당은 이같은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며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개혁지도부를 선출한 뒤 지지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양강구도'가 고착화될 조짐을 띠자 정 의장은 "제발 싸움은 그만하고 민생을 챙겨라'는 민심을 우리당이 제대로 짚은 결과"라며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도 "열린우리당의 제모습이 국민에게 인식되는 데 따른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했고,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은 "중도.보수 성향과 30.40대 여성층이 우리당 지지쪽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은 "정치개혁과 민생챙기기란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매진한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특히 청문회 개최 등 설연휴 직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던진 '우리당 때리기' 카드가 설민심에 역효과만 낸 만큼 당분간 지지도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반면 민주당은 걱정이 태산이다. 여론조사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당 지도부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대구출마 선언으로 끝없이 추락하던 지지율 하락세를 일단 진정시키긴 했지만, 바닥을 친 지지율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단 당 지도부는 장성원(張誠源) 정책위의장과 장재식(張在植) 상임중앙위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시작돼 김경재(金景梓) 상임중앙위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는 '호남 물갈이'가 지지율 제고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가 이번주중 수도권 출마를 선언할 경우, 한 전 대표의 호남 대표성을 고려할 때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도부는 전국구 C의원 등 호남출신 의원 1 ̄2명도 자신의 거취를 당과 상의하고 있다며 호남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물갈이의 대상으로 지목된 일부 호남 중진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당 지도부의 기대가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도 26일 "호남 중진 한분 한분이 결단하면 아름답지만 외부에서 몰아치기 식으로 모두 다 올라와야 된다고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몇명이라도 올라오지 않는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쳐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질이 담보되지 않은 양적인 호남 물갈이가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주적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으로 변경하고, 불법대선자금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주도하는 등 지지율 제고를 위한 또 다른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을 하루빨리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도부는 2월초에 선대위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야한다"며 "40대의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을 위원장으로 해 열린우리당의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맞불을 놓고, 공천혁명과 당내 개혁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려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도 경상도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에 지지도가 뒤진것으로 확인되자 수뇌부들이 공천혁명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번 여론조사가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젊은층으로 교체된데 따른 지지도 깜짝상승일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정치개혁을 통해 총선전에 1위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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