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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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12월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58.사진)사장에게 미얀마에서 긴급한 전갈이 왔다. 미얀마 북서부 해상 가스전 현장팀장이자 지질학 박사인 양수영 상무로부터였다. 비보(悲報)였다. 당초 계획한 진로로 바다 속 지하 2천여m 지점까지 뚫고 들어가다가 단단한 암벽을 만나 시추가 막혔다는 것.

컨소시엄에 참여한 인도 국영 석유회사(지분 20%)와 가스회사(10%)가 동요했다. 그들도 에너지 개발 전문가였지만 추가 시추를 반대했다. 결국 지분 60%의 운영권자인 대우인터내셔널과 10%를 가진 한국가스공사만이 추가로 돈을 들여 막힌 곳에서 방향을 바꿔 더 뚫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비보가 낭보로 바뀌었다. 불과 2백70m를 더 뚫고 들어갔더니 가채 매장량이 4조~6조 입방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가스전이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1년치 가스 사용량이 1조 입방피트(6조9천억원어치)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실제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는 오는 3월 시작할 물리탐사를 거쳐야 알 수 있다. 李사장은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40건밖에 없었던 대규모 가스전 개발이라는 점과 한국 회사가 처음으로 운영권자로 참여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얼마의 돈을 벌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중간에 발을 뺀 인도 기업들은 자신들의 지분에 따른 수익을 얻으려면 추가 투자금의 수십배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李사장은 ㈜대우 등 대우 계열사에서 28년간 근무한 '대우 맨'이다. 2000년 9월 미얀마 정부가 어려워진 대우를 돕자는 뜻에서 개발권을 줬다고 한다.

李사장은 "에너지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고 투자비 회수기간도 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리스크(위험)가 도처에 깔린 싸움이지만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해외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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