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싸게 내놔도 안팔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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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유통업을 하는 민모씨(45)는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 샾 스타시티에 들어가기 위해 작년 말 분당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내놓았으나 아직도 팔리지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고 있던 주상복합 아파트 시세를 내리고 또 내려 시세보다 2억가량 저렴한데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다.
 
"살고있던 집을 팔아 잔금을 치르려 했는데 집이 안팔려요" 민씨는 이 같이 하소연하며 "최근 3∼4동안 오른 집값이 모두 휩쓸려 내려간 기분"이라며 씁쓸해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편입된 서울 용산구 이촌2동과 한강로3가 일대 낙후지역이 국제업무지구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시장에 유포된 것은 지난 4월. 그럼에도 전입자수는 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촌2동의 경우 소문이 불거진 4월에는 162명이 이사왔고 5월에는 201명 늘었다. 6월에는 172명, 7월에는 158명으로 전입인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시기 국제업무지구에 포함되지 않는 이촌1동의 경우 4∼7월사이에 모두 723명이 옮겨와 이촌2동 전입인구를 앞섰다. 적잖은 투자수익이 예상되는 초대형 개발프로젝트가 추진됨에도 과거와 달리 투기꾼의 준동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소리 소문없이 큰 폭으로 떨어져도 이를 떠받쳐주는 매수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들어 수많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달라들어 다시 집값을 올려 놓던 추격매수세력이 사라진 것이다.
 
강남요지의 새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그림. 일부 아파트는 입주를 시작한 지 서너달이 지나도록 입주예정자가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거나, 전세 수요자를 찾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입주율 100%'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투기예상 지역에 오히려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북의 '트라이앵글돴 축을 이루고 있는 용산이 대표적인 사례. 이전에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주택과 토지거래가 부진하다. 남양주 진접택지개발지구에서는 경쟁률 0.14대 1에 불과한 평형이 나오며 대량 미분양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지방이 아닌 수도권의 양호한 택지가 수요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한 것이다.
 
세제조치와 대출 규제 등 부동산 대책에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주식시장에 밀려 있는 부동산시장에 이제까지는 잘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속도들이다.
 
새로운 주택분양 방식인 청약가점제와 분양가상한제와 사전적 투기대책 등이 이러한 신풍속도를 하나의 트렌드로 고착화시킬 수 있을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전의 부동산시장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이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남이 주택시장의 주도권을 잃어버렸다거나 그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입맛에 맞는 물건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게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주요 지역의 현실이듯 부동산투자의 양태에도 적잖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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