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UP] “평생을 암살 위협에 시달린 정조 38년간 서바이벌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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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1세에 아버지를 잃고 49세에 죽을 때까지 평생 암살 위협에 시달린 정조 38년간을 서바이벌 게임 같은 드라마로 그릴 겁니다.”

 ‘허준’과 ‘상도’ ‘대장금’을 히트시킨 이병훈(63·사진)PD가 이번엔 정통 사극으로 지난달 27일 먼저 방송을 시작한 김재형(71) PD의 SBS 대하사극 ‘왕과 나’와 정면 대결을 펼친다. 정조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룰 MBC 월화드라마 ‘이산’의 첫 방송(17일)을 앞둔 그를 8일 만났다.

 ‘여인천하’ ‘용의 눈물’ 등을 연출해 번번이 사극 경쟁을 벌였던 김재형 PD에 대해 물었다.

 “김재형 국장은 1964년 우리나라 첫 사극 ‘국토만리’를 시작한 사극의 산 증인인데, 선배님과 자꾸 비교되는 게 죄송스럽습니다.” 기존 사극에서 다룬 적 없는 내시를 소재로 삼은 ‘왕과 나’는 방영 첫 주부터 주간 시청률 톱 10에 들며 순항하고 있다. 반면 정조는 소재 면에선 별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이 PD는 “기존에 그려진 어떤 정조와도 다른 인물을 만들 것”이라 자신했다.

 정조 역을 맡은 이서진에겐 “정조에 대해 공부하지 말라”는 주문을 했다. 정조에 대한 배우의 선입견이나 혼란이 생길까 봐서다. ‘대장금’에서 궁중 주방 수라간을 무대로 삼았듯, 궁중 화실인 도화서를 배경으로 들여온 점도 신선하다.

 “도화서가 단순히 산수화만 그린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진 대신 그림으로 모든 역사적 기록을 남겼고, 수원 화성을 만든 거중기의 기계 설계도부터 지도편찬까지 맡은 핵심 기관이었죠.”

 그는 도화서 다모인 여주인공 송연(한지민)으로 도화서와 정조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송연은 천민 출신으로 정조의 후궁이 되어 문효세자를 낳는다. 이 PD는 “천출인 송연에 대한 역사 기록은 거의 없어서 자유롭게 인물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조를 중심으로 한 어두운 정치와 권력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편, 송연을 중심으로 한 도화서를 통해 밝은 이야기를 그릴 계획이다.

 “그림을 소재로 삼아도 음식이나 의술만큼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산’의 반응이 좋으면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야기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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