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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 교수 가르칠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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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교수가 학력을 위조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학력 위조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력보다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교수와 기능인의 차이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교수와 기능인은 모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역할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교수는 심오한 학문을 바탕으로 한 전문인으로서 교육의 성숙단계에서 교육의 결실을 참다운 인간 양성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반면 기능인은 그 분야의 일인자로서 전문적 활동을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다. 기능은 교수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탁월한 기능을 소유한 기능인은 그 분야의 일인자다. 그러나 탁월한 기능만으로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인 참다운 인간 양성이란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물론 기능인이 교육에 기여하는 면은 적지 않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능력과 교육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그러나 우수한 기능은 교육 과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해 삶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수는 최고의 인격자로서 사회적인 존경의 정점이 되고 있다. 대학에 근무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교수 칭호를 붙여주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유명 대학에서는 보통 한 학과에 교수(Professor)는 한두 명이다. 그 외에는 강사(Lecturer)다. 강사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인격적인 수련을 쌓은 다음에 사회적인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름 있는 대학에서는 교수를 채용할 때 전 세계에 광고를 내 적격자를 엄선하기도 한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는 사회 변화의 추세에 따라 탁월한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도 인격 함양보다 기능인 양성에 더 비중을 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때로는 교수 선정에서도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보다 탁월한 기능을 보유한 사람이 선호되기도 한다. 사회가 산업화·정보화돼 감에 따라 교육의 목표가 우수한 기능인의 양성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교육의 경쟁력 기준도 기능적인 결실에 맞추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의 장래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3의 물결이란 정보화 시대를 맞아 인간 사회는 사이버(가상) 공간 속으로 쉼 없이 빠져들어 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인간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사이버 공간 속의 인간은 기계와 다름없다. 지금 우리는 사이버 공간 속의 지칠 줄 모르는 가공의 인간들을 동경해 가고 있다. 인간 중심의 제4 물결이 일지 않으면 인간이 사이버 공간 속으로 끝없이 추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때 교육이 앞장서고, 교육의 역할이 증대돼야 한다.

교수는 교육의 결실을 인격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교수 채용 시 학력 위조는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 학력은 인격 함양의 터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학력 위조는 그 자체가 인격의 부실이며 교수 자격의 부적격 조건이다. 탁월한 기능인은 기능인으로서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학력을 위조해 가면서까지 교수직을 얻어서 교육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

김병무 공주대 교수 ·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