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에 보내는 백인천씨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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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61년 19세의 어린 나이로 일본프로야구 도에이(東映)플라이어스에 입단,19년간 고독한 투쟁(?)을 벌였던 白仁天감독(52)이 후배 朴贊浩(20)의 성공을 빌며「당부의 말」을 보냈다.다음은 白감독의 애정어린 충고.
『야구계의 선배로서 사상처음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찬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가.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최후의 목표가 아니던가.따라서 찬호는 한국야구인,넓게는 동양 야구인 모두에게 자부 심과 희망을 심어주었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할 거보를 내디딘 것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찬호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자신을 다져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야구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신데델라 보이」가 되면서 매스컴이나 팬들,LA교민들과의 접촉이 많아졌을 것이다.사람을 많이 만나다보면 신경이 쓰이고 야구에 열중할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물론 찬호를 성원해주려는 그들을 모두 물리칠 수 없으나 가급적 만남을 절제해야 한다.
야구를 잘하는 것만이 그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둘째,자신을 갖되 동료들에게 고마워할줄 아는 매너를 보여라.
투수는 자신이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수들의 호수비,타자들의 호타가 뒷받침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따라서 승리나 세이브를 따냈을 때 꼭 그날 결정타를 친 타자,파인 플레이를 한 수비수에게 감사의 표시(인사나 혹은 악수등)를 하는 게 좋다.
셋째,주변의 시선.기대에 부담감을 느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찬호는 동양인들에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메이저 리그에 진입해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따라서 마음껏 던져 패해도 그만이라는 대범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10승정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몇승에 너무 집착 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마음껏 던져라.
마지막으로 다저스구단에는 흑.백.황인종등 많은 인종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따라서 그들간에 묘한 기류가 있을 것이다.
찬호는 어리고 신참이니까 특히 궂은 일에 솔선수범하는 게 좋다.미국은 개방적인 사회여서 일본 프로와 다르겠지만 그 들도 동양의 예의를 좋아하니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다저스 선수들은 찬호를 동료로 생각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상대로 일거수일투족을 평가하고 있을 것이다.나도 도에이 시절 동료 라이벌들의 장.단점을 분석,나와 비교하곤 했었다.
찬호도 동료 투수들에 비해 무엇이 낫고 어떤 면이 부족한지 비교해 보고 부족한 기술등은 꼭 따라잡도록 노력해야 한다.현재찬호의 체력.구위.성격등으로 보아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나는 굳게 믿고 있다.찬호의 승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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