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흑자시대 “새봄”/은행에 빌린돈 모두 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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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작년 2천3백50억 벌어들여/「12·12부양」이후 재기의 틀 마련
투신업계가 12·12의 망령에서 벗어나 새 봄을 맞고 있다.
89년의 12·12 증시부양조차 이후 부실과 적자의 늪에 빠져들었던 투자신탁회사들이 90년대들어 처음으로 93회계연도엔 흑자를 냈고 12·12 당시 은행들로부터 빌렸던 빚도 다 갚았다. 아직 자본금보다 결손액이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재기의 틀은 마련된 셈인데,기관투자가로서 투신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증시의 전체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4일 재무부에 따르면 93회계연도(93년 4월∼94년 3월)에 한국·대한·국민 등 투산 3사는 2천3백50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가집계됐다.
지난 88년에만 해도 1천1백68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알짜기업」이었던 이들 투신사는 12·12조치가 단행됐던 89회계연도(89·4∼90·3)에는 2백14억원으로 흑자폭이 줄어든뒤 90∼92년 3년 연속 큰폭의 적자를 냈었다.
특히 은행들로부터 12·12 당시 빌렸던 2조7천여억원을 그동안 1여차례에 걸쳐 나눠 갚은 끝에 지난달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3천6백11억원을 모두 갚았다.
◎해설/증시회복세·수익증권 판매 늘어/자회사 매각등 자구노력도 큰몫
투신사의 흑자전환은 크게 3가지 요인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점이 컸다. 지난 한햇동안(93·4∼94·3) 종합주가지수는 꼭 2백포인트 올랐다. 투신사들은 자기 돈으로 사들인 주식값이 크게 올랐을뿐 아니라 고객들이 맡긴 돈을 대신 굴려주는 수익증권 판매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둘째는 정부의 지원이다. 정부는 연리 3%짜리 저리자금(한은 특융·국고지원금)을 잇따라 대주었고 빚더미속의 투신사들은 이자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셋째는 전원 동결·인력감축·임금억제·자회사 매각 등 투신사들의 자구노력이다. 문제는 그동안 워낙 부실의 정도가 심했기 때문에 완전히 정상을 되찾는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투신사들은 90년대 들어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거의 해오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여기에는 12·12조치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었다.
한번 악수를 두면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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