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m 구룡령 넘어라 …'장대비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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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코리아 2일째 춘천-양양 구간에 출전한 선수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홍천과 양양군 경계인 해발 1013m의 구룡령을 힘차게 오르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장대비가 내려도 은빛 레이스는 계속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 9개 도시를 도는 2007 투르 드 코리아(전국 도로사이클 대회)가 개막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현대캐피탈이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개막 선언을 한 데 이어 2일에는 제2 구간인 춘천~양양 구간(163.2㎞)을 달리며 치열한 레이스를 계속했다.

올림픽공원 주위 3㎞ 구간을 7바퀴 도는 제1 구간 레이스에선 박성백(서울시청)이 27분10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본격 도로경주가 시작된 제2 구간에서는 독일의 한네스 블랑크(CC 디페르단지)가 4시간13분04초로 네덜란드의 폴 나벤(디스커버리채널.4시간13분29초)을 제치고 구간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 선두 박성백은 3위(4시간13분31초)로 골인했다.

개인 종합 순위에선 블랑크가 4시간40분04초로 선두에 나섰고, 박성백이 23초 뒤진 4시간40분27초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블랑크는 "장대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는 탓에 내리막 길에서 무척 고전했다. 아시아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고 말했다.

3일에는 양양~단양(193㎞)의 제3 구간을 달리고 제4 구간 단양~연기(155.8㎞), 제5 구간 연기~정읍(161㎞), 제6 구간 정읍~강진(162.8㎞), 제7 구간 강진~함양(183.2㎞), 제8 구간 함양~밀양(175.1㎞)에 이어 제9 구간 부산(102.3㎞)에서 막을 내린다.

서울시청 등 국내 7개 팀과 외국 14개 팀 등 모두 21개 팀에서 팀당 6명씩 126명이 참가해 총상금 1억원을 놓고 레이스를 펼친다.

준선수급 매니어들이 나오는 스페셜 경주에는 21개 팀에서 219명이 참가해 765.5㎞를 달린다. 또한 서울.부산.연기 세 곳에서 벌어지는 퍼레이드에는 자전거 동호인 총 5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개막 첫날인 1일에 이어 2일에도 장대비가 내리면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특히 춘천~양양 구간에서는 해발 1013m의 강원도 구룡령을 넘는 코스에서 다리에 쥐가 나 애를 먹는 선수가 많았다. 또 비를 맞고 레이스를 계속하던 아마추어 동호인들 사이에선 충돌 사고가 속출했고, 일부는 저체온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유기홍(서울시청)이 제2 구간 125㎞ 지점에 있는 해발 1013m의 구룡령 정상을 가장 먼저 통과해 '산악왕(King of Mountain)'에게 주는 폴카닷 저지(산악 구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입는 빨간 물방울 무늬 상의)를 입었다. 유기홍은 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다른 선수들보다 2분가량 앞섰지만 내리막길에서 추월을 허용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산악왕은 각 구간의 특정 지점에서 획득한 순위에 따른 점수를 합산한 뒤 이 부문 우승자를 가린다.

◆암스트롱은 2일 경기도 광명돔경륜장에서 열린 유소년 사이클 선수와의 만남을 끝으로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암스트롱은 "한국의 사이클 시설이 무척 좋다"며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양=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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